7년 내 운영 만료 10기 계속 운전 시 107조 원의 에너지비용 절감효과
‘원자력 출력 0%, 발전기 출력 0㎿’ 고리원자력발전 2호기 주제어실에 정면 전광판이 눈에 들어온다. “원전을 가동할 때는 원자력 출력은 100%, 발전기 출력은 680㎿로 표시됩니다" 12일 모상영 고리1발전소장이 고리원전본부 고리2호기 주제어실 정면에 전광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상단에 빨간색 띠가 있는 직사각형 메모지도 주제어실 조작 보위 곳곳 붙어 있었다. 수십장의 메모지 중 근처에 있는 곳에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조작금지’란 글자가 보였다. 이 역시 원전이 발전을 당시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가동을 안 하고 멈춘 고리 2호기의 계속 운전을 위해 정비하고 있는 부위에 대한 조작 금지 표시”라고 설명했다.
고리 2호기는 40년의 가동을 마치고 4월 8일 정지했다. 가동은 멈췄지만, 사용후핵연료 냉각 기능 유지, 각종 기기 점검, 테스트 등으로 주제어실엔 평소처럼 3교대를 하며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최시예 한수원 홍보차장은 “국내 원전은 노형에 따라 30년, 40년, 60년씩 운전허가 기간을 부여받고 있다”며 “이 기간이 지나면 계속 운전을 신청해 안전성 평가를 거쳐 10년씩 운영(계속 운전)할 수 있는데 미국과 일본은 연장 기간은 우리의 두 배인 20년이며 미국 80년까지 운전을 허가 받은 원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가동 원전 439기 가운데 53%인 233기가 계속 운전 승인을 받았다.
세계엔 고리2호기와 같은 노형의 원전 13기 가운데 10기가 계속 운전을 하고 있다. 미국의 포인트 비치(Point Beach) 원전은 20년 계속 운전 승인을 받고, 80년 운전을 위한 2차 계속 운전을 신청했다. 슬로베니아의 크로슈코(KRSKO) 원전은 환경영향평가 수행 후 올해 1월 2043년까지의 20년 계속 운전을 승인받았다. 고리2호기도 지난 10년간 고장 정지 단 2건, 2015년 3월∼2020년 2월(3주기) 연속 무고장 운전 등 우수한 운영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4월 고리2호기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규제기관에 제출했고, 이후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 주민공람,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쳐 올 3월 계속 운전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현재 규제기관의 심사가 진행 중이며 한수원은 2025년 6월을 재가동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 재가동하더라도 고리2호기는 2033년 4월이면 다시 가동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계속 운전 제도상 원전을 멈춘 채 안전성 검토를 하더라도 그 과정까지도 계속 운전 기간에 더해져 총 10년까지만 계속 운전하도록 돼 있다.
모 소장은 “원전 계속 운전은 심사 기간을 제외한 10년을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내년 재가동해도 계속 운전 기간은 8년 정도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일본처럼 계속 운전 연장 기간을 20년으로 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더 설비 개·보수에 더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7년 내에 고리2호기 뿐만 아니라 고리 3, 4호기, 한빛 1, 2호기 등 모두 10기의 원전이 운전허가 기간이 만료된다. 이들 원전을 10년 간 계속 운전할 경우 LNG 발전 대비 약 107조 6000억 원 이상의 국가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단 것이 한수원의 설명이다.
모 소장는 “고리 2, 3, 4호기, 한빛 1, 2호기 계속 운전 안전성 평가 결과, 계속 운전 기간 동안 안전성이 확보되고, 관련 법규의 선량 기준치를 충분히 만족함을 확인했다”며 “향후 자체 설비개선 등을 통해서 더욱 안전한 원전으로 만들어 저렴하고 청정한 원전으로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