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스레드 열풍…쏟아지는 ‘복제’ 눈초리

입력 2023-07-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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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일주일만에 1억 가입 ‘기록’

저커버그에겐 ‘베끼기’ 의심 쏠려

‘모방과 혁신’ SNS 진화 지켜볼만

미국 유타주에 있는 유명 스키 리조트 디어 밸리. 이 스키장은 배우 기네스 펠트로가 스키를 타다가 다른 사람과 충돌 사고를 일으켜 소송까지 가는 바람에 장사를 망친 곳이다. 비록 펠트로가 승소했지만 뜻하지 않은 봉변을 당한 이 스키장은 지난 7일 깜짝 반전에 성공했다. 펠트로가 막 출시한 ‘스레드(Threads)’에 가입한 것을 알고 재빨리 팔로어로 올리면서 리조트 홍보에 나섰고, 미디어들이 즉각 인터넷 마케팅의 성공사례로 꼽았다. 스레드 출시 이틀 만에 홍보에 활용, 반전 적시타를 친 것이다.

5일 출시된 스레드 열풍은 놀랍다. 오프라 윈프리, 빌 게이츠, 제니퍼 로페즈 등 셀럽들과 마이크로소프트, 맥도날드, 넷플릭스 등 세계적 기업들이 출시 즉시 가입한 사실도 화제였다. 출시 며칠 만에 스레드에 올라탄 넷플릭스는 251만 명, 유튜브는 129만 명, 스포티파이는 102만 명의 팔로어를 확보했다.

‘스레드 열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출시 5일 만에 가입자가 1억 명을 돌파, 2개월이 걸린 챗GPT 기록을 갈아치웠다. 1억 명을 모으는 데 인스타그램이 2년 반, 틱톡이 9개월이 걸렸으니 신드롬이라 부를 만하다. 마크 저커버그는 “본격적인 프로모션을 하기도 전인데 일주일도 안 돼 1억 명이 가입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레드의 출시로 폭망한 건 트위터. 출시 직후 이틀간 웹 트래픽이 전주에 비해 5% 감소했다. 1년 전에 비해선 11%나 줄었다.

어찌됐든 원색적 비속어가 난무하는 저커버그와 머스크 간 설전은 연일 미디어의 주목을 끌었다. 저커버그는 처음부터‘트위터 킬러 앱’이라는 점을 애써 강조, 머스크에게 선방을 날렸고, 머스크는 “저커는 잡놈”이라는 쌍욕으로 응수했다. 스페이스엑스에 발사를 의뢰한 저커버그 소유 우주선이 폭발한 이후 증폭돼 온 갈등이 스레드 출시로 또다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첨단 IT기업 오너들답지 않게 격투기, 유도, 주짓수 등 사진을 올리며 “한판 붙자”는 등 설전으로 육탄전이라도 벌이나 하는 추측까지 낳았으니 일단 노이지 마케팅엔 성공한 셈이다.

머스크는 욕으로 끝나지 않고 즉각 소송을 제기했다. 스레드가 뉴스피드나 리포스팅 등 구성이 트위터와 유사한 점을 들어 자기 직원을 빼돌려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경쟁은 좋지만 베끼는 건 옳지 않다”고 일침을 날렸다.

스레드 측은 트위터 출신 직원이 없다며 이를 부정했지만 일부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저커버그에 곱지 않은 반응을 쏟아냈다. 그는 페이스북을 창업할 때도 그랬듯이 남의 아이디어를 빼앗아 현금화하는 재주를 가진 자라는 것이다. 뭔가를 창조할 생각은 안 하고, 돈 벌이에 급급하다는 인식이 많다. 반면에 머스크는 실패를 거듭할지언정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혁신가라는 평가가 많았다. 모방에 능숙한 자와 세상을 바꾸는 혁신가. 첨단 기업가에 대해 이 이상의 극단적 평가가 있을까.

저커버그가 남의 것을 베꼈다는 비판을 받는 건 메타와 스레드 때문만은 아니다. 스냅챗을 카피해 사진과 동영상이 하루만 지나면 사라지는 ‘스토리’ 기능을 인스타그램에 적용했고, 틱톡이 히트하자 이와 유사한 릴스를 출시해 논란을 부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죽은 아버지가 남긴 편지와 에세이를 디지털화해서 아버지와 영혼의 교류를 꿈꾸는 대드봇(Dadbot)이라는 게 만들어졌는가 하면, 죽은 사람 이름으로 글과 사진, 동영상을 계속 업로드해 나가는 죽은 자들의 소셜네트워크 이터나인(Eter9)이 선보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파격적인 미디어가 나올지 모른다. 삶과 죽음을 초월하고 영생을 꿈꾸어도 좋다. 다만 베끼지 말고 진화하길 바란다.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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