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스웨덴 유아학교에 '0세반', '연장반'이 없는 이유

입력 2023-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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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13일(스웨덴 현지시간) 스웨덴 부 고드 유아학교(푀르 스콜라)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독일·스웨덴 공동취재단)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통합된 스웨덴 유아학교(푀르 스콜라)에는 0세반과 연장반이 없다.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연장반을 늘려오고, 0세반 지원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스웨덴 유아학교는 본인부담도 있다. 상한액은 한화로 약 20만 원이다. 시설 이용대상, 보육시간, 보육비용만 보자면 한국의 제도가 더 좋다. 그런데도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52명으로, 같은 해 한국(0.78명)의 두 배에 육박한다. 출산율이 단순히 보육 인프라에 좌우되진 않는단 의미다.

답은 스웨덴 유아학교에 0세반과 연장반이 없는 배경에 있다. 스웨덴은 아동 1명당 육아휴직 기간이 부모 합산 480일로 부모 각각 1년인 한국보다 짧다. 반면, 390일간 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이 80%에 달하고, 90일에 대해선 ‘아빠 할당제’가 운영된다. 기본적으로 부모 모두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다. 또 시차출퇴근제 등 모성보호제도가 발달해 있다. ‘일’을 이유로 0세 자녀를 시설에 맡기거나, 오후 6시 이후까지 남겨둬야 할 필요가 애초에 없는 것이다. 이런 가정 친화적 환경은 유아학교 운영뿐 아니라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 기간이 길지만 사용률이 바닥이다. 2021년 기준으로 여자는 65.2%, 남자는 4.1%다. 남자는 배우자 출산휴가(10일) 사용률도 10%를 겨우 넘는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육아휴직 사용에 보수적이다. 기업은 인력난을, 동료들은 업무량 증가를 걱정하며 눈치를 준다. 환경이 우호적이라도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쉽지 않다. 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이 턱없이 낮아서다. 지난해 기준 전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86만9000원(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이지만, 휴직급여 상한액은 150만 원이다. 상한액을 받아도 사후지급금을 공제하면 112만5000원이다. 최대 급여를 받아도 실질 소득대체율은 30%도 안 된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의 부모들은 경제활동과 육아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경제활동을 선택한다면 누군가가 육아를 대신해줘야 한다. 공공보육 확대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 요구다. 그런데 정부는 그동안 요구의 배경은 고민하지 않고, 요구 그 자체만 충실하게 정책에 반영했다. 부모들의 보육시간을 보장해주지 않으면서 대신 키워주겠다고만 하니 출산율이 오를 리 없다.

이제는 보육정책의 관점을 바꿀 때가 됐다. 0세반, 연장반 등을 축소하거나 무상보육체계를 뜯어고치잔 게 아니다. 가족형태나 취업형태 등에 따른 욕구의 다양성을 고려해 현 체계를 유지하면서, 추가 정책은 부모들이 급격한 소득감소 없이 육아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잔 거다. 그렇게 하다 보면 공공보육 의존도는 자연스럽게 낮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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