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국익중시 외교’ 소홀히 해선 안돼

입력 2023-06-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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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분단 상황이 지속되는 한 독일 통일의 교훈은 여전히 타산지석이다. 1960년대 동서 간 긴장완화는 힘의 우위 정책을 펼치던 아데나워 정부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었다. 데탕트로 미·소가 만약 현상유지에 타협한다면 강대국 간 틈바구니에서 독일의 목소리는 줄어들고 독일 분단이 영구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대결적 정책만 취해오던 아데나워 중심의 보수층은 정책 환경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주저했다.

그러나 신동방정책의 창시자인 에곤 바르(Egon Bahr)는 미·소 데탕트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아데나워식 대결정책은 역설적으로 현상변경이 아닌 현상유지를 강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데탕트의 흐름 속에 동독과 동구권과의 관계 개선만이 오히려 현상유지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힘의 우위’ 정책은 분단상황 고착화 우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접촉을 통한 변화’와 ‘대동구권’ 정책이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는 힘센 사람들끼리 동맹을 맺어 상대방을 때리고 누르고 압도하는 것으로는 오히려 분단 상황만을 고착화할 뿐이라고 했다. 분단국 간에는 대화와 교류를 통해 상호 의존성을 확대하고 분단국 배후의 주변국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신뢰의 중층적 구조를 쌓게 될 경우 분단 현상도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다.

사실 이러한 접근법이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노태우 정부 시절 이미 우리는 대중, 대러시아 접근을 통해 탈냉전의 호기를 국격 신장의 기회로 활용한 바 있다. 특히 중국의 개방과 함께 한중 관계 발전은 우리 경제 번영의 견인차가 돼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 시기 우리는 이른바 대북 포용정책을 통해 북한을 음지에서 끌어내고 북한체제의 변화를 유도한 바 있다. 우리가 중국, 러시아와 최소한 척을 지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를 다뤄 나감에 있어 경제문제도 중요하지만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 중요한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제어하고 정전체제의 현상변경을 위해서는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물론 현재 중국과의 소원한 관계는 미중 갈등, 신냉전이라는 구조적 측면이 한반도에 내면화되고 있는 바에 기인한다. 그러나 1980년대 신냉전 기간에도 서독은 소련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소련과의 관계를 통해 분단 문제를 해소하려 하였으며 이는 이후 독일 통일을 소련이 반대하지 않는 상황으로 귀결됐다.

강경일변도 멈추고 대화·교류 이어가길

분단 타파는 정교하고 일관된 노력을 통해 이뤄진다. 한미 동맹 관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외교와 안보의 근간이다. 그러나 한미 관계만으로는 한반도 분단 현상을 타파할 수 없다. 앞으로 미중 갈등은 어느 시점에서 타협의 구간이 형성될 것이다. 미중 갈등의 해빙은 한반도의 현상변경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면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과 대결적 편향 외교를 수정하고 다방면의 대화와 교류의 문을 열어나가는 것이 한반도 평화번영의 출발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좋은 점은 계승하고 부족한 점은 개선하면서 역사는 발전한다는 명제를 꼭 상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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