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 선배' 스웨덴, 어떻게 '보육 천국'이 됐나 [가족이 행복한 보육제도]

입력 2023-06-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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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정 양립 토대 위 유보통합 성공…공공·민간 경쟁체제로 보육 질 향상

▲13일(스웨덴 현지시간) 스웨덴 부 고드 유아학교(푀르 스콜라)의 정문 앞 감자밭. 아이들은 이곳에서 기른 감자를 직접 수확해 먹으며 식량의 소중함을 배운다.

13일 스웨덴 유보(유아교육·보육)통합 현장인 부 고드 유아학교(푀르 스콜라)에 방문한 한국 정부와 취재진을 가장 먼저 맞이한 건 감자밭이었다. 정문에 들어서니 환영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직접 색칠한 태극기와 스웨덴 국기를 들고 노래에 맞춰 율동했다. 한국 유아교육·보육 현장에서 생소한 감자 기르기와 단체 환영식은 이 유아학교 교육과정 중 일부다.

아이들은 직접 기르고 수확한 감자를 먹으며 음식이 ‘흙에서 식탁으로’ 오는 과정과 식량의 소중함을 배운다. 환영식은 정례 행사다. 새로운 친구 내지는 손님이 낯선 환경에 마음을 열도록 돕는다. 여기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건 포용적 태도다. 스웨덴 유아학교의 교육과정은 대체로 이런 식이다.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지식을 주입하지 않는다. 교육과 놀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학습을 유도한다. 함께 노래하며 요일과 날씨를 배우고, 놀이로 규칙을 배운다.

핵심 교육목표는 언어 발달이다. 엘리자베트 발스트룀 부 고드 유아학교장은 “자기 감정과 상상을 표현할 때 언어가 부족하면 안 된다”며 “충분한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법을) 개발하고 학습 중이다. 과제 중 하나는 책인데, 책을 상당히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보통합 선배 스웨덴, 한국과 어떻게 달랐나

스웨덴은 한국의 유보통합 선배다. 1996년 어린이집 주무부처가 보건부에서 교육부로 변경됐고 1998년 유아교육·보육이 완전히 통합됐다.

다만 유보통합 전 스웨덴의 상황은 한국과 차이가 크다. 통합 전부터 교육·보육이 엄격히 구분되지 않았다. 어린이집의 기능·제도가 유치원에 맞춰 표준화한 것도 통합 전이다. 교사들의 근무환경도 비슷했다. 스웨덴 어린이집은 한국에 존재하는 0세반, 연장반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기능이 보육기관과 교육기관으로 구분돼 있고, 시설별로 교사들의 근무환경도 다르다.

이런 차이를 만들어낸 건 교육에 대한 관점과 일·가정 양립 환경이다.

스웨덴에선 주입식 교육과 학생 간 경쟁을 지양한다. 흥미와 관심을 갖게 해 스스로 배워나가도록 하는 방향으로, 수업과 평가 중심인 한국의 교육과 거리가 멀다.

특히 스웨덴에선 아동 1명당 390일의 육아휴직(부모 합산)이 부여된다. 부모 각각 1년인 한국보다 기간은 짧지만 사용률이 높고, 소득대체율은 80%에 달한다. 이용연령을 낮추고 이용시간을 늘림으로써 어린이집의 돌봄 기능을 특화할 필요가 애초에 없었다. 발스트룀 교장은 “보육시간을 늘려달라는 부모는 없다. 플렉시블(flexible) 타임이라고 해서 부모 중 한쪽이 일찍 출근해 일찍 퇴근할 수 있다(한국의 시차출퇴근제)”며 “스웨덴에서 그 질문은 시스템을 벗어난 것이다. 보통은 부모가 자식을 맡기고 찾는 게 원활하고, 미혼모에 대해선 지방자치단체에서 긴급돌봄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역 간 갈등도 없었다. 정교사는 한화로 월 400만~500만 원, 보조교사는 월 270만~400만 원의 임금을 받지만, 스웨덴에서 정·보조교사 간 임금 차이는 자격·역할에 따른 차이로 여겨진다. 특히 스웨덴 유아학교에서 정교사와 보조교사 간 관계는 수직적 지시관계가 아닌 수평적 협업관계다. 시설별로 교사 양성체계가 구분되고 처우가 갈리는 한국과는 상황이 달랐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13일(스웨덴 현지시간) 스웨덴 부 고드 유아학교(푀르 스콜라)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독일·스웨덴 공동취재단)

◇22명 한 반에 교사만 4명…품질 경쟁, 믿을 수 있는 보육으로

스웨덴 유아학교의 특징은 지역별로 비용·품질 차이가 크단 점이다. 기본적으로 스웨덴 유아학교는 3세부터 무상보육 시간이 제공되는데, 이 시간은 코뮨(기초자치단체 명칭)별로 다르다. 부 고드 유아학교가 소재한 낙카 코뮨에선 25시간이며, 인근 우플랑스브로 코뮨에선 15시간이다. 공통적으로 상한은 한화로 20만 원가량이며, 이 금액은 자녀와 소득에 따라 차등된다.

품질은 시설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국공립인 부 고드 유아학교는 인기가 많다. 정원은 158명인데, 13일 기준 68명이 입학 대기 중이다. 이곳에선 1~3세반(정원 13명)에 교사 3명(정·보조교사), 3~4세반(정원 22명)에 교사 3~4명이 배정돼 있다. 발달이 다소 더딘 아이들도 소외되지 않는다. 발스트룀 교장은 “교사 1명당 어린이 수 규정은 없다. 교장 소관”이라며 “교사 1명당 아이 10명을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시설은 부모들이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코뮨에서 국공립 유아학교가 선호되는 건 아니다. 시설 유형과 무관하게 재정지원 기준이 같고, 코뮨 내에선 본인부담 기준이 같다. 한화 기준 1인당 월 지원단가는 1~2세반이 약 171만 원, 3~5세 반은 약 148만 원이다. 공공과 민간이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구조다. 부모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고,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해 교육 품질을 높이려는 취지다.

실제로 스웨덴에선 교육 품질이 높은 유아학교에 지원이 쏠린다. 유아학교 진학을 위한 지역이동도 발생한다. 각 유아학교는 부모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저마다 특화 교육과정을 개발한다. 프레드릭 노르드발 우플랑스브로 코뮨 교육실장은 “모든 민간위탁 시설은 자신들만의 운영체계를 가지고 있다”며 “모든 교육을 영어로 진행하는 인터네셔널 유아학교도 있다”고 말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우리가 더 강력한 무상보육을 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이 만든 제도들의 장단점과 부작용을 보고 제도를 만들었기에 제도설계는 오히려 잘 돼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품질관리 측면에선 더 노력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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