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마철 개막, 엘니뇨 경계하며 철저한 대비를

입력 2023-06-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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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 시작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 한라산 일부엔 어제 오후 5시 30분 현재 이미 160㎜ 안팎의 비가 쏟아졌다고 한다. 장맛비를 대동한 정체전선은 오늘 전국적으로 비를 뿌린다.

오늘도 많은 비가 내릴 지역은 제주 산지와 남해안이지만 중부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도 시간당 20~40㎜ 장맛비가 내릴 전망이다. 호남, 경남, 경북 북부 내륙, 중부 지방(강원 영동 제외)은 오늘 오후부터 내일 오전까지 호우 피해가 우려된다고 한다. 오늘 출근길에 집중호우 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예보도 있다. 정체전선 움직임에 따라 호우 지역이 조금씩 바뀐다는 점도 대응을 어렵게 한다.

매년 찾아오는 장마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하지만 올해 장마는 초장부터 전국적으로 비를 뿌린다는 특이점이 있다. 상견례 즉시 전국을 강타하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50여 년 기상관측 이래 이번이 7번째라고 한다.

장마철은 통상 6월 중순쯤 제주도에서부터 비를 뿌리기 시작해 북상과 남하를 반복하며 한 달가량 이어진다. 요즘엔 기상이변이 잦아져 출몰 시기와 기간, 양상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2020년엔 장마가 8월 중순까지 이어지면서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고, 2021년엔 평년보다 늦게 시작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17일에 그치면서 1973년 이후 3번째로 짧은 것으로 기록됐다.

지난해엔 장마가 끝난 후 다시 장마가 시작되는 2차 장마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8월엔 115년 만의 폭우가 내리기도 했다. 서울 서남권 일부 지역에선 반지하 주택 주민 여러 명이 사망하는 불상사까지 발생했다. 강남구 일대도 물에 잠겼다.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49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가동중단 사태를 겪기도 했다.

올해는 4년 만에 찾아온 엘니뇨가 우려를 더한다. 엘니뇨는 적도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동·중 태평양 수온이 평년 대비 높아지는 현상이다. 엘니뇨는 역대급 고온 현상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기상기구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된 2016년 기록이 5년 이내 깨질 확률이 98%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번 정체전선은 21일 밤부터 일본 가고시마현에서 낙뢰와 돌풍을 동반한 120㎜ 안팎의 장대비를 뿌린 바 있다. 일본 기상청은 토네이도 발생 가능성을 언급하며 ‘엄중 경계’까지 발령했다. 안 그래도 강력한 정체전선이 평년보다 뜨거운 바다를 지나 한반도에 상륙하기까지 덩치를 키운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역대급 자연재해가 이젠 일상이다. 재난대비 청사진을 전면 재검토해야 ‘자연재해 공화국’ 신세를 면할 수 있다. 지난해와 같은 불상사를 막으려면 대피방송 등 대응 및 구조 계획부터 총점검해야 한다. 위험지도 작성, 인프라 개선,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도 서두를 일이다. 이번엔 엘니뇨 변수까지 있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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