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휴대폰 등 36개 산업 소수기업이 10년 넘게 장악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승용차·반도체·휴대폰 등 36개 산업은 10년 넘게 소수기업이 장악하는 독과점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광업·제조업 시장에 대한 상위 5대 기업집단의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발표한 '광업·제조업, 서비스업 등 시장집중도 조사(2020년도 경제총조사 통계자료 바탕)'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광업·제조업 독과점 구조 유지 산업은 승용차, 메모리용 반도체, 휴대폰, 맥주, 담배 등 51개로 직전 조사 연도인 2019년(47개)보다 4개 증가했다. 늘어난 4개 산업은 가공 및 정제염, 비메모리 반도체, 기타 산업용 유리제품, 탄소섬유 등이다.

독과점 구조 유지 산업은 5년 동안(2016~2020년) 상위 1개사의 점유율이 50% 이상(CR1)이거나 상위 3개사의 점유율이 75% 이상(CR3)인 산업을 말한다.

이중 메모리용 반도체, 승용차, 화물자동차, 휴대폰, TV, 설탕, 식초 및 화학조미료, 맥주, 화약, 유기발광 표시장치(OLED), 기관차 등 36개 사업은 5회 연속(2009~2020년) 독과점 구조 유지산업으로 지정됐다. 10년 넘게 변화 없이 독과점이 고착화된 산업이란 얘기다.

공정위는 "이들 산업 대부분은 대규모 장치 산업으로 신규 경쟁자의 진입이 어렵고 소수 기업의 시장 장악이 두드러진 분야"라며 "시장지배력 남용의 가능성에 대해 주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51개 독과점 구조 유지 산업의 평균 출하액은 2730억 원으로, 그 외 산업(독과점 구조 유지 산업 제외)의 평균인 280억 원보다 9배 이상 많았다.

평균 내수집중도(71.6%)도 그 외 산업(29.2%)보다 2배 이상 상회했다. 내수시장 집중도가 높은 산업은 전반적으로 대외부문으로부터의 경쟁압력이 낮다고 볼 수 있다. 반면 R&D투자 비율은 1.2%로 그 외 사업(1.5%)보다 저조했다.

광업·제조업 출하액 중 대규모 기업집단(71개) 출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45.9%로 전년보다 1.9%포인트(p) 감소했다. 대규모 기업집단의 시장 점유율(출하액 기준)은 2018년 48.2%, 2019년 47.8%, 2020년 45.9%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상위 5대 기업집단의 쏠림현상은 여전했다. 전체 출하액에서 상위 5대 기업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29.5%로 6~71대 기업집단 전체 비율(16.4%)보다 월등히 높았다. 부가가치와 종사자 수 비중에서도 상위 5대 기업집단(각각 31.7%·11.8%)이 6~71대 기업집단(12.3%·6.9%)을 크게 웃돌았다.

상위 5대 기업집단은 평균 47.2개의 산업에 진출하고 있어 사업다각화 정도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광업·제조업 분야의 독과점 정도를 의미하는 시장집중도(CR3, 단순평균)는 41.9%로 전년(41.4%)보다 소폭 증가했다.

다만 산업 규모가 반영된 시장집중도 가중평균은 50.0%로 전년보다 0.5%p 하락했다. 대규모 산업의 출하액이 감소해 전체에서 비중이 축소된 것이 가중평균값에 영향을 미쳤다.

출하액 상위 100대 기업의 점유율은 2019년 46.6%에서 2020년 44.3%로 2.3%p 줄어 2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였다.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독과점 정도가 완화되면서 경쟁이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집중도(CR3, 단순평균)는 2010년 26.5%에서 2015년 23.8%, 2020년 21.8%로 하락했다. CR3가 20% 미만인 산업의 비중은 63.9%로 광업·제조업(20.8%)보다 경쟁적인 시장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서비스업 매출액 중 1~4위 규모를 차지하는 은행·보험업 등 금융 분야의 시장집중도는 5년 전보다 오히려 높아지는 등 경쟁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서비스업에서는 개발금융기관, 무선·위성통신업, 유선 통신업 등 37개 산업이 독과점 구조 유지 산업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이번 시장구조조사 분석결과를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시책 마련과 사건처리 등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시장집중도가 심화되는 산업 및 장기간 독과점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산업에 대해서는 시장지배력 남용 등 부당행위에 대한 감시활동을 철저히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