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여름휴가는 일본으로?…불붙은 일본여행·엔테크 '열풍'

입력 2023-06-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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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 900원대 초반 하락
여행·투자 환전액 1년새 5배로
외화예금 늘려 환차익 노리기도
"추가하락 우려…비중확대 신중"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 회사원 A 씨는 이번 주말 일본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역대급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기회를 놓칠 수 없어 갑작스럽게 여행 계획을 잡았다. A 씨는 “몇 달 전만 해도 원·엔화 환율이 1000원을 넘었는데 9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휴가 일정을 앞당겨 도쿄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B 씨는 최근 엔화 가치가 하락하자 환차액을 노리기 위해 엔화 매수에 나서고 있다. B 씨는 “기축통화인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외화예금통장에 엔화를 넣어두고 있다”며 “80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속도 조절을 통해 엔화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3.82원으로, 2015년 6월 26일(905.40원)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4월만 해도 100엔당 1000원을 넘나들었던 원·엔 환율은 이젠 900원 선마저 위태위태하다.

엔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일본 여행이나 일본 관련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늘고 있다. 최근 코로나 엔데믹으로 일본 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엔화 환전액도 크게 늘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5월 기준 엔화 매도액은 301억6700만 엔(약 2732억 원)으로, 전월(228억3900만 엔) 대비 73억2800만 엔 증가했다. 이는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원화를 받고 엔화를 내준(매도) 환전 규모가 300억 엔을 넘어선 것으로, 지난해 동월(62억8500만 엔) 대비 4.8배가 증가한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엔저 현상에 이른 여름휴가를 일본으로 떠나려는 여행객들의 엔화 수요가 늘었고, 환차익을 기대하면서 단순히 엔화로 바꿔놓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4대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 지난달 말 6978억5900만 엔이던 4대 은행의 엔화 예금잔액은 이달 15일 기준 8109억7400만 엔으로 16.2%(1131억1500만 엔) 급증했다.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통장’은 원화 대신 외화를 통장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쓸 수 있다. 원화 통장과 마찬가지로 수시입출금 통장, 예·적금 통장이 있다. 금리는 낮지만,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엔화로 예금을 예치했다면, 엔화 가치가 오를 때 통장에 있는 엔화를 팔면 환차익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단, 이때 환전 수수료가 붙으니 유의해야 한다.

엔화는 달러·유로 등에 대해 모두 약세다. 1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엔화는 1유로당 152엔을 넘어서 2008년 9월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엔·달러 환율도 1달러당 141엔대에 올라 작년 11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의 통화 긴축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해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엔저 추세가 이어져 원·엔 환율의 경우 100엔당 800원대까지 내려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안전자산 관점에서 엔저에 투자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엔화 상승을 기대하고 무리해서 투자하는 것을 지양하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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