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직 잃은 김태우, 공익신고 아닌 ‘비밀누설’인 이유는

입력 2023-05-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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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폭로 동기나 목적 의문”…하급심과 같은 판단
법조계 “의도성 보여…공익신고 보호 범위 확대는 공감”

▲김태우 강서구청장 (연합뉴스)

대법원이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에게 징역형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내린 데 대한 '공익 신고'와 '비밀 누설'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구청장은 “정당한 공익신고”라고 강조했지만, 법원은 일관되게 김 전 구청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공익신고 보호 대상을 보다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김 구청장의 ‘청와대 감찰 무마 폭로’에 대해서는 의도성을 지적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 18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구청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지난 6월 구청장에 나와 당선됐다가, 채 1년도 안 돼 직을 잃게 됐다.

김 구청장은 2018년~2019년 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 수사관으로 재직하면서 공무상 취득한 비밀을 언론 등을 통해 폭로한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김 구청장의 폭로 사안 중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금품수수 의혹 등 비위 첩보 △특감반 첩보 보고서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 첩보 △공항철도 직원 비리 첩보 등 4가지가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제시한 공무상 비밀누설죄 충족 요건은 공무상 비밀 여부, 비밀로써 보호할 가치가 인정되는지 여부, 일반에 알려져 있지 않은 것(비공지성) 등 3가지다.

1심은 3가지를 따진 뒤 “비밀누설로 인해 대통령의 인사권, 대상자의 직무수행이 적절한지에 대한 일반의 의심이 야기됐고, 이러한 의심은 대통령의 국정수행 및 대상자의 공무수행에 의한 국가의 기능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의 주장에는 추측이나 과장이 상당 부분 개입돼 있다”며 “(특별감찰반원) 활동 당시 아무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피고인에 대한 감찰절차가 진행되자 각종 폭로를 시작한 점 등에 비춰보면, 폭로의 동기나 목적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 (연합뉴스)

김 전 구청장의 반론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구청장은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의 비리를 고발한 만큼 국가기관만을 믿을 수 없어 언론에 제보했다거나, 제보에 언급된 일부 관련자들의 검찰 기소가 이뤄진 점을 들어 ‘정당한 공익신고’라고 주장해 왔다.

법원은 “설령 청와대의 인사검증에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고 일부 부적절한 활동이 있었다 하더라도 제도를 보완하거나 직무수행의 방법을 개선할 문제이지 범죄행위로 규정하기 어렵다”며 “국민권익위에 신고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함으로써 검증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련자들이 기소되기에 이르렀지만, 일부의 폭로에 정당성이 있다고 하여 다른 부분까지 모두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피고인이 취한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지도 않고 긴급성과 보충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2심과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공익제보는 원칙적으로 넓게 인정될 필요가 있다. 언론에 먼저 제보한다고 해서 공익제보가 아니라고 할 순 없다”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의도나 경제적 이익을 위한 목적이 있다면 공익제보로 인정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수사관 출신이니까 사법처리 절차에 대해 일반 공무원보다 훨씬 잘 알고 있고, 연결 가능한 네트워크도 있었을 것”이라며 “시스템을 뛰어 넘어서 의도가 있는 폭로라고 보여지는데, 이 사건이 정당하다면 다른 공무원들도 언론에 비밀을 누설한 뒤 공익제보였다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공익 제보 자체가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불이익 등 여러 사정이 있다면 공익신고자 보호법에서 보호하는 범위를 뛰어넘어서라도 허용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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