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을 모르겠다”…들쑥날쑥 금리에 시장 혼돈 [엇박자 탄 금리, 커지는 금융불안]

입력 2023-05-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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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부담 낮추라 정부 압박에
기준금리 시장에 영향 못 미쳐
인상 종결 넘어 인하 시점 주목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로 대출금리가 내렸다는데 이번에 또 내려가는지 궁금합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고 하는데 고정금리랑 변동금리 중 추천해주세요.”(신규 대출자)

“기준금리가 올랐을 때도 시장금리, 시중금리는 모두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서민층 금융부담을 낮추라는 당국의 압박 때문에 기준금리가 시중금리에 영향을 못 미쳤어요. 앞으로의 금리 향방을 예상하기가 어렵습니다.”(은행 관계자)

은행 대출 창구와 주요 대출·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대출 금리 향방과 빚 부담 등에 대한 문의나 게시글 등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새롭게 대출을 받으려는 차주들이나 기존 대출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두 차례 동결됐음에도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의 등락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25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3연속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경우 시장에서는 사실상 금리인상기가 끝났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선 금리 인상 종결을 넘어 인하 시점에 시선이 쏠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과 한은이 금리 인하에 대한 경계감을 꾸준히 들어내고 있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사그러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3일 “(인플레이션 해소에)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러한 관측이 대체로 맞는다면 금리 인하는 부적절하다”면서 “우리는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블룸버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한국이 오늘 8월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지난 4월 금리 인하 기대가 무산됐지만, 5월 초에 나온 4월 인플레이션 자료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기대보다 이른 금리 인하는 아시아 통화 중 평가절하가 가장 큰 원화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노무라증권도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75bp(0.7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이 총재가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이클이 종료된 것으로 본다”면서 “하반기 한국의 경기침체 상황이 본격화될 것으로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김준영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과 한은 모두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한다”며 “하반기 확인될 디플레 압력과 경기둔화 및 금융시장 불안정성 확대에 따라 중앙은행의 스탠스가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는 시장금리에 대한 금통위 영향이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한은의 긴축정책에도 대출금리가 낮아지면서 통화정책의 효과가 반감됐기 때문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과도하다면서 높은 기준금리 유지의 뜻을 여러 번 밝혔음에도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기대 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기준금리의 인상 경계감과 인하 기대가 혼재된 장세가 계속되면서 시장금리는 박스권 등락을 이어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시장금리의 방향성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명확해질 것으로 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6월 FOMC에서 지난 5월 가이던스와 같이 실제 동결에 나서는지, 최근 연준 위원들의 발언과 같이 추가 인상에 나서는지 등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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