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 막힌 보험업계 숙원사업…정부도 속수무책[빅블러 시대:K-금융의 한계⑤]

입력 2023-05-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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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간소화ㆍ지급결제 허용ㆍ의료정보 개방
정부 공약 무색 진척 없어…보험업계 발만 동동

“이번 정부에서도 보험업계의 숙원사업은 진척되는 게 없습니다. 다음 정부에서는 될까요?”

보험업계의 숙원사업인 실손보험청구 간소화, 보건데이터 공유, 요양산업 활성화, 펫보험 등은 복지부와 의료계 등 사방에 가로막혀 여전히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금융권 경쟁 촉진 방안 중 하나로 내세운 지급결제 허용도 한국은행의 반대에 부딪혀 가능성이 묘연하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윤 정부의 공약 중 하나였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정책 기반 마련은 아직까지 답보 상태다. 실손보험은 4000만 명의 국민이 가입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린다. 하지만 보험금 청구 과정이 복잡해 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아 이는 전 국민의 숙원 사업으로 불린다. 그럼에도 정부는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지연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여러번 밝혔다. 문제는 의료계의 반발이다. 개인 진료기록은 매우 민감한 건강정보인데 이를 함부로 민간 보험사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보험사들이 이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면 결국 보험사가 과한 이득을 본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보험사가 개인 의료정보를 축적해 보험금 지급거절, 보험가입 및 갱싱 거절, 보험료 인상 등의 자료로 악용할 수 있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올해 국회는 국민 편익을 위한 전산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지난달 25일 법안심사소위원회의에서 이를 논의 했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는 16일 정무위원회는 법안소위에서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를 첫 번째로 논의할 예정이다. ‘전문 중계기관(또는 심평원)을 통한 실손의료보험 청구절차 간소화’가 주요 내용이다. 다만 보험업계서는 심평원이 아닌 중계기관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공공의료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이는 보험업계의 미래 사업과 관련된 부분으로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하는 공공의료데이터는 2017년 ‘보험사들이 공공의료데이터를 상업 목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보험사의 데이터 활용이 제한됐다.

보험사들은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하게 되면 다양한 상품 개발은 물론 ‘질병 및 상해의 진단, 치료, 처치과정에서 생성되는 정보’로 헬스케어 서비스 질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즉, 건보공단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는 보험사들은 보편적인 생활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도마 위에 오르는 보험사 헬스케어 다양성 부재 역시 이같은 배경에 기인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보험·카드사의 지급결제 업무 허용’ 또한 한국은행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한은은 전 세계에서 엄격한 결제리스크 관리가 담보되지 않은 채 비은행권에 소액결제시스템 참가를 전면 허용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어 비은행권의 소액결제시스템 참가 시 고객이 체감하는 편의 증진 효과는 미미하지만 시스템 안전성은 큰 폭으로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보험업계 관계자 “금융위가 나서서 실손청구간소화, 공공데이터 등 해결에 나서도 의료계 반대로 인한 여야 합의가 어려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라며 “정부 공약도 사실상 소용이 없는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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