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혁신금융, '애플통장' 등과 경쟁하려면…“규제 더 풀어야” [빅블러 시대: K-금융의 한계④]

입력 2023-05-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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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미국서 '이자 10배' 통장 내놔
바이두·라쿠텐, 직간접 금융 진출
각국, 금융권의 비금융 사업 허가
싱가포르 부동산·일본 광고업 안착
금감원장도 "금산분리 완화 추진"

▲애플이 지난달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애플카드 사용자를 위한 예금 계좌 서비스를 내놨다. 애플카드 홈페이지 메인 화면 모습. (출처=애플카드 홈페이지)

4월 17일 ‘아이폰’을 만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애플이 통장을 내놨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애플 카드’ 사용자를 대상으로 예금계좌 개설 서비스를 시행키로 한 것. 금리는 연 4.15%로, 미국 저축예금 평균 이자율인 0.37%의 10배가 넘는 파격 수준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나흘 만에 9억900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가 몰렸다. 애플이 사실상 은행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본격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글로벌 금융그룹뿐 아니라 빅테크 그룹들까지 금융업에 손을 뻗으며 영토를 넓히고 있는 반면 국내 금융업은 여전히 높은 규제 허들에 갇혀 ‘우물 안 개구리’ 신세에 머물러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혁신금융’ ‘규제 철폐’를 외치지만 번번이 공염불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애플, 알리바바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국내 공습이 본격화되기 전에 은행을 중심으로 비금융 영위를 위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4대 빅테크인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를 포함해 많은 빅테크 기업이 금융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주요국에서도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라쿠텐 역시 예금계좌, 신용대출, 자산관리, 보험상품 판매 등 금융서비스를 운영한다.

해외 금융사들은 비금융 서비스에 진출하고 있다. 싱가포르 1위 은행인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규제 완화를 통해 융복합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제공하며 국내 은행의 롤모델로 꼽힌다. 싱가포르 금융당국이 2017년 은행이 비금융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자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부동산이나 리모델링, 헬스케어, 여행·레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란 서비스를 구축했다.

보수적인 일본도 2021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행의 부수업무 및 자회사 업무 범위를 확대했다. 히로시마 은행은 타 사업자와 제휴해 고객의 이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가사대행, 집수리 등 생활영역 서비스까지 부수업무를 허용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미쓰비시UFJ은행은 보유 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주가 원하는 정확한 타깃을 선정해 광고를 송출한다. 지난해 7월에는 미쓰비시 트레이딩이라는 신규 법인을 설립해 기업의 재고 물품을 인수하는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교토은행은 건물을 재건축해 1층 지점을 제외한 나머지를 호텔에 임대하면서 부수익을 거뒀다.

해외 금융그룹과 경쟁하기 위해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규제 완화를 통한 국내 은행들의 금융-비금융 융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내 은행들이 이자 이익에 매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비금융업 진출을 허용해 비이자 이익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금산분리는 은행 등 금융자본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이다. 현재 금융지주는 비금융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가 불가능하며 은행과 보험사들은 다른 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시그널은 명확히 있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새로운 규제 체계를 검토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해외 기업설명회(IR) 간담회에 참석해 “국내 금융사가 해외 진출하는 데 있어 정부가 추진하는 주된 정책 중 하나는 금산분리 완화 등을 통한 금융산업의 활력 제고 등이 있다”며 금산분리 완화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증권·보험 업종 간 장벽 제거, 금산분리 해제 등으로 금융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면서 “특히 애플이 소매금융에 진출해 예금을 최대 3억3000만 원까지 받는 것을 보면 금융 업종 간 장벽을 철폐하는 이유는 더욱 명확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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