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2차 포럼…디지털치료제 미래 논의
제약·바이오 선진국을 중심으로 디지털치료제(DTx)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해 충분한 제도적 장치와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는 11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제2차 포럼을 열고 디지털치료제의 국내외 현황과 당면 과제 등을 논의했다.
이날 디지털치료기기 글로벌 경쟁력 선점 전략‘ 주제를 발표한 이상규 연세대학교 교수(연세대 보건대학원 원장)은 빠른 인허가 심사와 더불어 혁신적인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디지털치료제 보상에 대한 정비가 가장 잘된 국가는 독일로 최소 기준 5가지를 통과하면 12개월간 선(先)수가 편입 후 평가를 거쳐 정식 급여로 전환한다”면서 “이처럼 해외 추세는 시장에 먼저 출시하고 실제로 사용된 데이터를 모아서 정식 급여를 판단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디지털치료제 선두주자로 나스닥에 상장했던 페어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 올해 4월 파산했다. 약물사용장애(SUD)와 마약성 진통제 중독 장애 인지행동치료(CBT)에 도움을 주는 디지털치료제를 개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지만 메디케어에 편입되지 못하면서 자금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디지털치료제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논의가 시작됐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특히 지금의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서는 디지털치료제에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교수는 “현행 상대가치 수가 체계에서는 업무량과 진료비용, 위험도가 평가 기준인데 디지털치료기기는 당연히 업무량이 적고 비용과 위험도도 극히 낮아 수가가 나오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해외는 가치 중심 체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실사용 증거나 근거에 대해 모두가 믿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라면서 “개별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정부가 입법을 통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부처와 국회의 의견을 모을 종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이어 ‘디지털헬스 의료기기 규제지원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강영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디지털헬스규제지원과장은 “규제지원은 디지털헬스기기의 특성을 반영한 합리적인 규제를 마련해 개발자와 기업에 고속도로를 깔아주고 목적지를 예측하며 도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이라며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법안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흩어져 있는데 총리실에 모여 논의하면서 산업 진흥과 안전관리가 같이 이뤄지면 좋을 것”이라고 범부처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한편, 이번 포럼에서는 미래형 디지털치료제로 꼽히는 이식형 전자약이 소개됐다. 현존하는 웨어러블 전자약을 넘어 디바이스를 몸에 직접 심는 방식으로, 이미 해외에서는 연구가 활발하다.
김철 카이스트 교수는 “외부 전기 자극은 필요한 부분만 정확하게 자극하기 매우 어렵다”라며 “(업계가)웨어러블 디바이스는 한계가 있단 점을 깨닫고 정밀자극을 위해 체외에서 체내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이식형 전자약 기업은 구글 자회사 베릴리와 글로벌제약사 GSK가 함께 설립한 갈바니가 있다. 이 회사는 류마티즘 관절염을 위한 이식형 전자약을 개발하고 있다. 전기자극기와 전력 수신 회로를 체내에 이식해 커프형 전극으로 자극을 보내는 방식이다.
올해 1월 출범한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등 6개 단체가 참여했다. 3월 1차 포럼을 시작으로 격월 단위로 각 단체가 번갈아 주관하는 포럼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