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조선업 RG 확대 공급 주문에…금융권 “부담”ㆍ조선업계 “역부족”

입력 2023-05-10 17:19수정 2023-05-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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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이창양 산업통상부 장관과 10일 오후 울산광역시 동구 현대중공업 현장을 둘러본 후 현대호텔에서 개최한 조선업계 간담회에서 RG 등 금융 지원 확대를 위한 추가 대책과 금융·인력 등 업계 현안·애로사항 청취하고,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정부가 최근 수주 증가, 선가 상승에 따라 금융지원이 필요한 국내 조선업체를 대상으로 선수금환급보증(RG) 공급 확대, 특례보증 비율 확대 등 추가 지원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조선업계와 금융권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지원 규모가 수주 증가, 선가 상승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은 특히 중형조선사의 저가수주 우려 등으로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금융위원회는 10일 울산광역시 현대호텔에서 열린 조선업계 간담회에서 조선업 금융지원 추가 확대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재도약 중인 조선산업의 차질 없는 수주 활동을 위한 RG 추가지원 등 금융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RG는 수주 계약부터 선박 인도까지 수년이 걸리는 조선업의 특성을 감안해 조선사가 선박을 정해진 기한 안에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경우,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 등이 대신 지급하는 보증이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산업은 올해 1분기 수주액 기준으로 세계 선박시장의 40%(94억 달러)를 차지해 세계 1위 수주실적을 달성했다. 수주가 늘면 선가가 오르기 때문에 조선사들에 금융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추가적인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RG 발급기관으로 서울보증보험,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엔지니어링공제조합 등 3개 기관을 추가한다. 또한, HD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 등 대형조선사 추가지원을 위해 무역보험공사가 복보증을 지원하는 조건을 ‘RG 분담제 전체 한도 85% 이상 소진’에서 ‘RG 분담제 참여 금융기관의 개별 한도 70% 이상 소진’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대양조선ㆍ대선조선 등 중형조선사 지원 규모도 확대한다. 무역보험공사는 RG 발급 지원 확대를 위해 중형사 특례보증 지원 규모를 현재 1200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반면, 조선업계와 금융권은 정부의 추가지원안에 부정적이다. 조선업계는 이번 지원 자체가 중견기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수출 문의가 꾸준히 들어와도 RG 자체가 3개월밖에 안 되고, 그 기간 안에 나오지 않으면 계약이 취소되거나 계약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HJ중공업 관계자는 “총 보증 규모(2000억 원)도 적은 편이고, 최종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보증 금액도 5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권 역시 당국의 RG 확대에 난색을 표했다. 특히 중형사의 경우, 기존에 시중은행이 RG를 공급한 사례가 없다 보니 먼저 리스크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와 정부의 확실한 보증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과거 중형사 구조조정 시 2개 은행이 RG콜을 받아 선수금 이행 보증을 한 적이 있는데, 이와 같은 상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조선업의 턴어라운드는 대형사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력 선종의 대중국 경쟁심화 등 리스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RG 공급을 추가하려면 금융사 면책 등 보호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당국에서는 중형사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은행의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남동우 금융위 산업금융과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IR을 통해 중형조선사들의 흑자 시현 상황 등을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금융지원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정 수주를 위한 RG 발급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향후 대형사 및 중형사 수주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총 여신한도를 초과하는 RG 발급 특별승인 건에 대해 금융기관을 면책하는 등 보호장치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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