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지팡이는 없다”...밑 빠진 국가 재정 [구호뿐인 재정건전성]

입력 2023-05-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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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정준칙을 통한 재정의 정상화"

새 정부 출범 첫 해인 지난해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이 계획을 보면 尹 정부에서 총지출 증가율은 올해 5.2%에서 2024년 4.8%, 2025년 4.4%, 2026년 4.2%까지 떨어진다. 연평균 증가율은 4.6%로 문재인 정부 연평균 증가율 8.7%의 절반 수준이며,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연평균 증가율 5%대보다 낮다.

특히 정부는 재정과 관련해 "민간주도성장의 마중물 역할에 충실하면서 경제 최후의 보루 기능을 수행한다"고 명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나랏돈 퍼주기로 국가채무를 5년간 400조 원이나 늘리면서 재정건전성이 중요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재정건전성, 즉 균형재정을 달성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쉽다. 수입과 지출을 맞추면 된다. 지난해 총세입은 47조2000억 원이 증가한 617조8000억 원, 총지출은 81조3000억 원이 증가한 682조4000억 원으로 64조6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윤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재정 정상화를 위해 지출효율화, 재원조달 다변화, 재정성과관리체계 강화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해 올해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지출 재구조화를 통해 24조 원을 구조조정을 했고 내년 예산안 지침에서는 재량지출 10% 이상 감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정부 재량지출 규모가 연간 100조~120조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0조~12조 원 이상의 지출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새롭게 지출할 사업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과제에 들어간 부모급여 신설, 기초연금 및 병장 월급 인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연간 최대 17조 원이 필요하다. 지출을 줄이기는 힘든데 앞으로 지출이 더 많아 전반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처지다. 결국 지출 구조조정보다는 각 부처의 예산을 인위적으로 줄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꼭 필요한 복지 지출은 늘리는 대신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불필요한 재정지출은 구조조정을 하되 필요하면 제한된 범위에서 증세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감세 정책을 추진해 재정건전성을 오히려 해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며 "국정과제로 내세운 정책에 대한 재정 지출을 벌이겠다고 하면 증세를 해서 재정을 확보, 재정 지출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실제 효과성에 있는 범위에 내에서 재정준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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