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여진 언제까지”…빌라 기피에 ‘매매·전세’ 역대 최소 규모

입력 2023-05-0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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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내 빌라(연립·다세대 주택) 외면이 계속되고 있다. 매매와 전세를 가리지 않고 실수요자가 발길을 끊으면서 빌라 거래량은 역대 최소 규모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빌라는 선행 지표로 불리는 경매 낙찰가율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해 반등 신호조차 없다시피 한다. 전문가들은 비(非)아파트 상품까지 온기가 확산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 빌라 전세 거래량은 1만6008건으로 지난해 1분기 2만2755건 대비 29.6%(6747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올해 1분기 총 3만96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9046건보다 1.5%(590건) 되려 늘었다. 아파트 전세 수요는 지난해 금리 인상에도 올해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빌라 전세를 찾는 수요는 급감한 것이다.

빌라를 찾는 세입자들은 전세 대신 보증금 손실 우려가 덜한 월세로 옮겨간 모양새다. 경제만랩 조사에 따르면 1분기 빌라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53.6% 수준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1년 이후 1분기 기준 최소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아파트 월세 비중은 1월 55.1%에서 2월 56.2%, 3월 61.9%까지 상승하는 등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세입자 비중이 큰 빌라 시장에서 전세 수요가 줄자 덩달아 매매수요도 동반 감소세를 보인다. 1분기 서울 빌라 매매량은 4510건으로 지난해 1분기 8532건보다 47%(4022건) 줄어 반 토막 수준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빌라 매매수급동향 지수는 지난 3월 기준 83.3으로 지난 2014년 7월(83.2)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불과 2년 전인 2021년 9월 빌라 매매수급지수는 113.3으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2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지만, 집값 급락과 전세사기 여파 확산 등으로 수요가 끊겼다.

빌라 시장은 향후 시장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당장 선행 지표로 불리는 경매시장에선 역대 최저 수준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낙찰률은 입찰 물건 중 낙찰자가 결정된 물건 수의 비율로, 낙찰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찾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이날 부동산 경매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가 진행된 서울 빌라는 총 820건으로 이 가운데 71건만 낙찰돼 낙찰률은 8.7%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지옥션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최저치다. 서울 빌라 낙찰률은 1월 14.1%였지만, 2월 10.7%, 3월 9.6%로 계속 내렸다.

▲서울 내 빌라 밀집지역 모습 (사진=연합뉴스)

빌라 가격도 줄곧 내려 지난달 서울 다세대 주택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65.8%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최저 수준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현재 대기 중인 물건이 많아 경매 건수는 늘고, 낙찰률은 더 하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아파트 시장이 이제 막 회복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비아파트인 빌라 시장의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당분간 빌라 시장 침체가 오랜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0년과 2021년 아파트값 급등 당시 주택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대체재로 빌라와 오피스텔 신규 분양을 대거 받았고, 이제야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빌라 등은 대부분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어 매매도 쉽지 않다”며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매매와 전세 모두 반등이 여의찮은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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