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휴업 주말→평일…‘10년만에’ 변화 바람 분다 [르포]

입력 2023-05-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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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주변 상권 활성화 기여…인근 전통시장과 협력

골목 상권 경쟁 상대=온라인 쇼핑몰
10년 지난 대형마트 영업 규제, 효과 떨어져
쇼핑 편익 증대…젊은 소비층 정책 변화 환영
주말에 못 쉬는 마트·협력업체 직원…숙제로

▲26일 대구시 달서구 홈플러스 성서점 매장 입구에 둘째·넷째 일요일 정상영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유승호 기자 peter@)

“한 달에 주말 이틀 문을 닫는 것보다 월요일에 닫는 게 아무래도 매출에 덜 영향을 주지 않겠습니까. 주말에 마트에서 장을 볼 수 있게 되면서 고객들 쇼핑하기에 여유로워진 점이 있죠.”

지난달 26일 대구광역시 달서구 홈플러스 성서점에서 만난 유선미 과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변경된 것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현재 대구시에 있는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의 의무휴업일은 둘째·넷째 월요일이다.

대구시는 올해 2월 광역·특별시 중 처음으로 조례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기존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했다. 현행법상 지자체별로 조례를 개정하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할 수 있다.

광역·특별시 중 처음으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나선 대구시, 시행 이후 2개월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떨까. 본지는 4월 26~27일 대구시에 있는 이마트 만촌점, 롯데마트 대구율하점, 홈플러스 성서점과 인근 전통시장 등을 찾아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따른 변화를 살펴봤다.

홈플러스 성서점의 유 과장 말처럼 대형마트 업계는 이번 조치로 인해 대부분 매출이 신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마트 만촌점의 한 직원은 “주말에 젊은 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매장을 찾으면서 선택권이 넓어졌다”라며 “주말에 점포 인근 유동 인구도 늘어 활성화됐다. 의무휴업일 변경 효과”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마트에 따르면 의무휴업일 변경 시점인 2월 13일부터 4월 23일까지 대구시의 이마트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구체적인 매출 신장률을 밝히진 않았으나 이마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매출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6일 대구시 수성구 이마트 만촌점 1층에 마련된 동구시장 소개 자료와 안내도. (유승호 기자 peter@)

대형마트 업계는 인근 전통시장과 상생에도 뛰어들었다. 주말 영업 확대로 인근 전통시장 매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마트 만촌점 1층에는 동구시장을 소개하는 게시판이 자리했다. 동구시장 안내도와 맛집 소개가 대표적이다. 롯데마트 대구율하점은 최근 인근 목련시장과 상생 협약을 맺었다.

이번 의무휴업일 변경에 대해 소비자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2030세대 직장인들이 대형마트 주말 영업을 환영했다.

▲26일 대구시 동구 롯데마트 대구율하점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유승호 기자 peter@)

홈플러스에서 만난 20대 중반의 한 소비자는 “대형마트가 쉬면 인터넷으로 (상품을)구매했다”면서 “(직장인이기 때문에)주말에 쉬니까 나와서 쇼핑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30대 초반 서모 씨는 “일반적으로 장을 볼 때는 쿠팡에서 많이 사는데 물건을 대량으로 살 때는 마트를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젊은 소비층이 공통적으로 대형마트가 문 닫을 때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를 이용한다고 답한 건 대형마트 영업 규제 효과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맥이 같다. 대형마트 의뮤휴업일은 골목상권 보호, 마트 노동자들의 건강권 보장을 이유로 2012년 처음 실시됐지만 온라인 쇼핑 성장 등 유통 환경의 변화로 규제 효과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유통학회 공동주관으로 최근 열린 ‘유통규제 정책평가와 유통산업 상생발전 세미나’에 따르면 대형마트, 전통시장, 골목 슈퍼 이용객 상당수가 온라인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닐슨이 실시한 전국 소비자 패널 3000가구 대상 ‘2015~2022년까지 7년간 일상 소비재의 구매 채널 변화를 실증 분석’ 결과다.

박윤희 대구시 경제국 민생경제과장은 “현재 골목 상권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온라인 쇼핑이기 때문에 과거의 규제가 효과가 없다”면서 “대형마트 평일 의무휴업으로 소비자인 대구시민의 공휴일 쇼핑 편익이 크게 증진됐다”고 평가했다.

▲2월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 '의무휴업 사수 마트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실효성 없는 영업 규제를 대체하고 소비자 편익 증진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에 따른 보완점도 존재한다.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주말 이틀 휴무가 사라진 게 대표적이다.

그간 둘째·넷째 일요일 의무휴업으로 이들은 해당일에 모두 쉴 수 있었지만, 이제는 출근을 해야 한다. 이는 대형마트에서 파견 근무하는 협력 업체 직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월요일로 바뀌고 나서 불편함이 많다”며 “가족 행사나 집안일을 일요일에 많이 하는 편인데…”라고 말했다.

한 협력업체 직원 역시 “마트 소속 직원들과 동일하게 일요일에 근무하고 있다”며 “주말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도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마트노조는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행복권 보장을 위해 대구지방법원에 의무휴업일 변경 지정고시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신청을 제기했으나 집행정지신청은 3월 기각됐다. 고시처분 취소 본안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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