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불편하게 사는 게 당연하진 않습니다.

입력 2023-04-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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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안나 책글사람 대표

여러분은 오늘 어떤 책을 읽으셨나요? 오늘 저는 사회복지사가 쓴 책을 읽었습니다. ‘불편하게 사는 게 당연하진 않습니다’를 쓴 백순심 사회복지사는 뇌병변 장애인으로 태어나 깍두기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한 가정의 엄마이자 워킹맘으로 살고 있는 20년 차 사회복지사입니다.

저와 같은 사회복지사이고, 워킹맘이고, 20여 년을 사회복지를 했고, 책을 냈다고 하니 저와 공통점이 많아 보였습니다. 저자는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20년간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차별을 말합니다. 장애인을 비정상, 결핍, 동정의 대상이 아닌 고유한 개성을 지닌 한 사람으로 아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저자의 집필 동기를 읽으며 궁금함을 안고 책을 열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사회적 약자를 위한 불편을 감수하거나 변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원치 않는다.” “장애인으로 사는 게 불편한 이유는 비장애인 기준으로 돌아가는 사회구조와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장애인은 비장애인 기준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많은 경험의 기회를 제한당하고 그 결과 무능한 존재가 된다”라고 말하며 투표 용지, 키오스크, 셀프 주유소, 빨대 등 다양한 실제 사례를 말합니다.

코로나 시기 확산된 키오스크와 무인 매장에 대해 ‘나는 편한데, 어르신이나 장애인에게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하겠다’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장애인에게는 손이 닿지 않는 위치이거나, 물어보거나 지원을 받을 사람이 없어서 아예 이용 기회가 없어진다는 점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장애인 운전자는 가격이 저렴한 주유소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유인 주유소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장애인 편의시설이 있는 주유소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면서 받아들인 ‘빨대 없는 우유, 빨대(일회용품) 없는 카페’가 빨대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어떤 의미일지요. 그건 음료를 마실 기회를 아예 주지 않는 거였더군요. 유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빨대를 없앨 것이라면 빨대 없이 마실 대안을 마련해야 하고, 카페는 일회용 빨대 말고 다른 대체재를 마련해야 한다는 말에 머리가 띵 하고 울렸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가 “남성, 이성애자, 대졸자, 기혼 출산자, 비장애인 같은 디폴트 맨에게 세상은 수월하다”라는 은유 작가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저도 여성이고, 어린 시절 아동양육시설에서 살았고, 입양되었고, 아동학대 피해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애자, 대졸자, 기혼 출산자, 비장애인’이기에 나도 모르게 수월하게 살아온 지점이 많다는 것을 백순심 씨의 책을 읽으며 더욱 체감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남성, 이성애자, 대졸자, 기혼 출산자, 비장애인’ 중 해당하는 것이 많다면 자신도 모르게 다수자의 입장이었을 것입니다. 다수가 아닌 소수를 살피고 존중하고 공감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 오늘 나부터 ‘다수자 중심의 사회를 당연하지 않게’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전안나 책글사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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