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중단·우선 매수권, '언 발에 오줌 누기'"…전세사기, 특별법 만들어야

입력 2023-04-19 16:49수정 2023-04-1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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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중단, 효과 없고 시간만 지연
우선 매수권은 형평성 등 문제점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자 대책위원장이 1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출범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이 살고 있는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중단하는 방안을 내놨다. 피해자가 해당 주택을 먼저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우선 매수권 적용도 검토 중이다. 최근 임차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전세사기 피해가 심각해지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경매를 강제로 중지하면 금융권 등으로 문제가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법 제정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경매 일정을 중단하는 내용의 국토부 보고를 받고, 시행하도록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거주 주택이 경매를 통해 소유권이 이전되면 피해자는 당장 주거지를 옮겨야만 할 뿐만 아니라 부동산 하락기라 헐값에 팔리면 피해자가 전세금의 상당 부분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매 절차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고 지적한다. 오히려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경매는 사법부에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지시키려면 채권자들에게 변경 요청을 해야 한다”며 “그렇다고 근저당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정지도 일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공공기관 채권이라면 정부가 경매를 중단하거나 연기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지만, 일반 금융권이 가진 채권이라면 상황이 다르다”며 “해당 은행으로서는 부실이 확대되고 지연 이자도 계속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지원 이자가 채권 최고액을 넘어서면 향후 경매를 통해서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피해자에게 거주 주택을 먼저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우선 매수권 부여도 검토 중이다. 우선 매수권은 입법 과정이 필요하다.

고 대표는 “현재 우선 매수권은 공유 지분자에 한해서만 적용되고 있다”며 “적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우선 매수권은 경매 참여자와 채권자에 대한 형평성, 재산권 침해 가능성 등의 문제가 있고 근본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피해자들은 집이 경매로 헐값에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 거주 주택을 낙찰받고 있는 데 다른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하는 '울며 겨자 먹기' 대응이다.

지지옥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세입자가 본인이 머물던 집을 경매로 낙찰받은 건수는 총 17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112건 대비 54%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총 낙찰금액 역시 162억5162만 원에서 296억6615만 원으로 83% 급등했다.

이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피해자 지원안을 담은 입법안 통과 등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경매 중지 등은) 일반법에 어긋나 결국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특별법을 통해서 해결하게 되면 제삼자의 재산권 제한을 가져오게 되므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특히 민간에 경매 중단 보상이 시행되면 세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며 “어느 정도 규모의 세금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할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부터 국회에선 전세사기 방지법 발의가 이어졌지만, 정작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임대보증금 미반환주택 임차인 보호 특별법’과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 및 지원 기구 설치 등을 의무화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등이 계류 중이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오는 20일 국토부의 현안보고 이후 전세 사기 방지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했다. 민주당 역시 당 차원의 ‘선 지원, 후 구상권 청구’ 특별법 제정 등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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