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껴놓고 ‘기술 보호대상 아냐’ 억지 주장”…中企 기술‧아이디어 탈취 엄중 대응해야

입력 2023-04-18 15:00수정 2023-04-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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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 개최
알고케어ㆍ프링커코리아ㆍ키우소ㆍ닥터다이어리ㆍ팍스모네 대표 참여
“아이디어 탈취에 시정명령‧형사처벌까지 도입해야”

▲대기업으로부터 기술탈취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대표들이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2018년에 아이디어 도용 시정권고 제도가 도입됐지만 실제 인정 사례가 10개가 안 됩니다. 도용 사실도 피해기업이 입증해야 하고, 베껴놓고 오리발을 내미는 대기업이 허다합니다. 지식재산을 도용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18일 재단법인 경청 주최로 열린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에서 알고케어의 정지원 대표는 이같이 호소했다.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 기반 개인 맞춤 영양관리 솔루션을 개발한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알고케어는 세계 최대 ITㆍ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3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했다. 알고케어는 "제품 시연회 이후 롯데헬스케어가 CES 2023에서 알고케어의 디자인을 도용한 제품을 선보였다"고 주장했다. 알고케어가 문제를 제기하자 롯데지주 측은 기술 도용 의혹을 부인했고, 알고케어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후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알고케어만의 사례가 아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대기업으로부터 기술 및 아이디어 도용 피해를 호소하는 타투 프린터 업체 ‘프링커코리아’, 목장관리 플랫폼 ‘키우소’, 연속혈당측정기와 모바일 앱을 연동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닥터다이어리‘, 핀테크 기업 ’팍스모네‘ 대표가 참석했다.

피해기업들은 대기업이 기술탈취를 시도한 때부터 이후까지 자본력을 이용해 피해 사실을 무력화시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지원 대표는 “알고케어의 기술을 베껴가 놓고는 문제가 제기되면 그제서야 해외 사례를 찾아서 ‘예전부터 있던 기술이니 탈취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며 “정보통신업계에는 완전히 새로운 게 없으니 보호가 필요없다고 하면 누가 기술을 개발하겠나”라고 지적했다.

홍성남 팍스모네 대표는 “특허법원의 판단으로 팍스모네 기술이 특허로서 효력이 있다는 게 인정됐음에도 신한카드는 대법원에까지 상고했다”며 “소송으로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전형적인 형태”라고 꼬집었다. 이어 “소송으로 팍스모네는 모든 비즈니스가 멈춰있는데 신한카드는 혁신의 선두주자인 것처럼 포장돼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피해 기업들은 반복되는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해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아이디어 및 성과물 침해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행정조사 범위 확대 및 실효성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에선 아이디어 침해, 데이터 부정사용, 성과물 침해를 형사처벌 규정에서 제외하고 있다. 경청 측은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 유형은 타인의 노력과 투자에 편승해 피해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은데도 형사처벌 규정에서 제외한다”며 “아이디어 침해, 성과물 침해, 데이터 부정사용 등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성과물 침해는 행정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피해기업을 구제할 수단은 민사소송이 유일하다. 또 아이디어 침해와 데이터 부정사용 등은 가해기업의 위법성이 인정돼도 내릴 수 있는 행정조치가 시정권고뿐이다. 업계는 “성과물 침해의 경우 행정조사의 대상이 되도록 현행 법 규정을 개정하고, 아이디어 침해나 데이터 부정사용 등은 시정권고 이외에 시정명령까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부처 협의체 구성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현재 하도급법상 기술유용 신고는 공정위, 상생협력법 및 중소기업기술보호법상 기술침해 신고는 중소벤처기업부를 통해 이뤄진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이나 아이디어 침해 신고는 특허청을 통해 가능하지만 기술침해 분쟁이 발생하면 관련 부처간 협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또 “아이디어와 성과물, 데이터 등에 대한 객관적 가치평가 전문기관을 신설해 기업 간 불공정 거래 행위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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