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리 동결한 韓銀, 물가·환율 경계해야

입력 2023-04-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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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동결했다. 2월에 이어 2회 연속 동결이다. 한은은 2월에 올해 소비자물가를 3.5%로, 경제성장률을 1.6%로 예상했는데, 이날 소비자물가는 전망치에 부합하겠지만 경제성장률은 전망치를 소폭 밑돌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기준금리 연속동결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어제 회견에서 금리 동결은 만장일치로 결정됐지만,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최종금리로 3.50%가 적절하다고 본 위원은 1명뿐이고 나머지 5명은 3.75%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번 연속 동결로 한은의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일단 정점을 찍은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퍼질 수밖에 없는데도 이 총재가 굳이 이런 언급을 한 것은 대내외 여건이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총재는 시장에 번지는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에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물가 수준은 연말에도 3% 초반 정도로 보고 있다”며 “물가가 충분히 그 이하로 떨어져 중단기 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금리인하에 관한 논의는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금리 동결로 과연 원화 가치를 굳건히 지켜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만 해도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4.75~5.00%로 올리면서 금리 역전 폭은 2000년 10월 이후 가장 큰 1.5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미 연준이 일반적 관측대로 5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는다면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로 벌어진다.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상승 압박이 가중될 수밖에 없고, 물가에 추가적인 충격이 가해질 수도 있다.

원화 환율이 최근 유독 약세라는 점도 염려스러운 대목이다. 원·달러 환율은 어제 1322.2원에 거래를 마쳐 3월 10일(1324.2원) 이후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환율 1300원대는 장기적 추세에 견주면 이미 정상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것이다. 더욱이 주요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가 근래 하락했는데도 원화만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것은 이상증세가 아닐 수 없다. 한은의 이번 동결은 원화 가치를 지키는 본연의 임무보다 경기를 중시한다는 오판을 낳을 수 있다. 경계가 필요하다. 이 총재는 어제 “물가안정은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했다. 빈말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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