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연이어 내렸지만…문턱은 더 높아졌다[갈 곳 잃은 서민]

입력 2023-03-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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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銀 차주 평균 신용점수 918.9점
중·저신용자, 제도권서 퇴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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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최근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줄줄이 내리고 있지만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앞다퉈 건전성 관리에 나서면서 정작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중·저신용자보다 고신용자들만 금리 인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커지면서 중·저신용자들은 제도권 밖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18.8점(KCB)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899.4점)보다 19점가량 상승했다. 관련 공시가 시작된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신용대출 금리가 내린 만큼 평균 신용점수가 올랐다. 5대 시중은행이 지난달 취급한 가계신용대출의 총 평균금리(서민금융 제외)는 5.75%로, 지난해 11월(6.68%) 이후 꾸준히 감소세다. 이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강하게 주문하면서다. 같은 기간 기준금리는 0.25~0.5%포인트(p) 올랐다.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가 오른 건 은행권이 건전성 관리에 나서면서다. 부실 위험이 덜한 고신용자의 대출 비중을 늘리고 중·저신용자 비중을 줄이면서 평균 신용점수가 오른 것이다.

국내 은행 연체율은 약 20개월 만에 0.3%대에 진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1월 말 기준 원화대출 연체율은 0.31%로, 전월(0.25%)과 비교해 0.06%p 상승했다. 금리 인상 여파로 부실채권도 늘었다. 국내 은행들의 신규 부실채권액은 대기업 여신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증가했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잔액은 10조1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4000억 원 늘었다. 부실채권이 증가한 건 2020년 1분기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연합뉴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경우 신용점수와 연관된 부실 민감도가 높은 상품”이라며 “현재 원화 대출의 연체율이 올랐고, 부실채권도 늘면서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은행뿐 아니라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저축은행과 대부업의 대출 문턱도 높아졌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저축은행 업계는 신용점수 800점대 차주들의 신용대출 금리를 연 13.06~19.33%로 책정했다. 법정최고금리가 연 20%인 것을 감안하면 신용점수가 이보다 더 낮은 차주들은 사실상 저축은행에서도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자 정책상품에 대한 수요는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이달 22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소액생계비대출’은 4일간 예약 가능 인원의 98%인 2만5144명이 신청했다. 한때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고 조기 마감될 정도로 신청이 폭주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에서 밀려난 대출 차주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와 같이 금리가 계속 오르고,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중·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확대하기 어렵다”면서 “소액생계비대출 등 정책상품을 통해 재정적 측면에서 지원해 위험한 금융상품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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