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은행에 금융기관에 대한 현장 조사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은법 개정안을 놓고 소속 의원들이 법제정의 시급함을 역설했다. 재정위는 27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한은법 개정안에 대해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박종근 한나라당 의원은 "한은법 개정안은 인가와 규제를 의미하는 감독권한을 한은에게 주자는 것이 아니고 통화정책 수립기관인 중앙은행이 현장에 나가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해 주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를 통해 한은이 충분히 자료를 수집해 생성된 정보를 국회, 한은, 학계. 금융시장이 공유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배영식 의원은 "탄생한지 10여년이 지난 통합금융당국이 최근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느슨한 감독을 통한 외화유동성 관리로 은행들은 몸집만 비대해지게 돼 현재의 금융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시스템에 대한 손질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성식 의원은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이 후 한은과 정부에서 시장에 투입한 자금은 131조원에 달한다"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한은과 금융당국의 금융기관 중복 조사로 인해 발생하는 금융기관의 부담은 위기가 터졌을때 국가적인 비용을 비교할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금융감독원쪽에서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금융위기를 전제로 한은에 조사권을 준다면 금감원 업무와 중복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은 적절치 못한 주장"이라고 역설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금융기관 정보를 100%가지고 있는 금감원은 은행권에 대해선 94%, 비은행권에 대해선 76%를 한은과 정보 공유하고 있다"며 "문제는 통화정책을 수립하는 한은이 필요한 자료 수집에 제약을 받고 있으며 불편해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효석 의원은 "금융위기를 맞아 전세계 각국이 금융관련 법체계를 손질하고 있다"며 "한은법 개정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는 중복조사와 통합감독체계에 어긋난다고 주장하지만 해당금융기관들은 한은에게 금융감독당국과 똑같은 자료를 주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서는 극히 제한된 범위내에서 한은에 조사권한을 주자는 것으로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운태 무소속 의원은 "한은이 필요한 정보는 양이 아니고 타이밍에 있다. 이번 개정안은 한은이 긴급한 조사가 필요할 경우 여러단계를 거쳐야 하고 전체정보도 얻지 못하는 현행 공동검사라는 한계를 넘어 중앙은행에게 제대로 된 통화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 의원은 "경제위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물가안정문제에만 매달릴 수만은 없는 일"이라며 "중앙은행에 금융안정기능도 추가해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은법 개정은 신중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고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융기관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는데 제약이 있다며 조사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병수 재정위원장은 "이번에 재정소위에서 통과된 한은법 개정안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문가 의견 수렴 등 충분히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다"며 "마치 재정위가 급조해 국회 통과를 추진하려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서 위원장은 "27일 열릴 재정위 전체회의에서 한은법 개정을 다시 논의하겠다"며 "윤증현 재정부 장관, 이성태 한은총재, 진동수 금융위원장, 김종창 금감원장 등에게 출석 통지를 통해 보다 심도있는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재정위 의원들이 한은법 개정 추진에 대해 국회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인 금융위, 금감원 등도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법안의 최종 국회 통과에는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