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크게 위축…중국 리오프닝 영향, 아직 가시화되지 않아"
최근 수출이 위축된 가운데 내수도 둔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고, 금리인상의 영향이 점차 파급되면서 소비와 건설투자 또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표한 '2023년 3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위축된 가운데 내수도 둔화되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앞서 KDI는 지난달 경제동향에서 '경기 둔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 이달도 여전히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본 것이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둔화로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월 수출은 조업일수의 증가로 전월(-16.6%)보다 감소 폭(-7.5%)이 축소됐지만, 일평균 수출은 전월(-14.6%)보다 악화된 -15.9%의 감소 폭을 보였다.
특히, 반도체 등 제조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KDI는 "제조업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생산이 대폭 감소하고 재고는 급증하는 등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며 "제조업의 부진으로 설비투자가 감소하고 고용 증가세는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1월 전산업 생산은 제조업 등 광공업(-12.7%)의 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전월(0.7%)의 증가에서 0.8% 감소로 전환됐다.
광공업생산 중 자동차는 10.9% 증가했지만, 반도체(-33.9%), 전자부품(-32.6%) 등은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 설비투자 중 반도체 관련 특수산업용 기계 수주(-7.9%)와 2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액(-19.5%) 또한 큰 폭으로 감소했다. KDI는 "반도체 산업에서 수요 부진으로 출하(-44.2%)가 감소하고 재고(39.5%)는 증가한 가운데 수출가격(-30.4%)도 급락하면서 반도체 경기가 크게 위축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KDI는 "금리 인상의 영향이 점차 파급되며 소비와 건설투자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의 경우, 소매판매의 부진이 이어지고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가 약화되는 등 점차 둔화되고 있고, 고금리 기조에 따른 부동산경기 하락으로 건설투자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1월 소매판매는 기저효과에 주로 기인해 전월(-3.1%)보다 높은 0.7%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2.1% 감소하며 전월(-0.2%)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 서비스업 생산은 5.9% 늘었지만, 전월(6.7%)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다.
건설투자는 건축 부문의 증가 폭이 확대됐지만, 토목 부문을 중심으로 부진한 흐름이 지속됐다. 특히, 주택경기 하락으로 인해 주택 인허가(-45.9%)와 착공(-17.2%)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향후 건설투자의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KDI는 진단했다.
기업과 가계의 심리지수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은 2월 66에서 3월 65로 하락했다. 비제조업 업황 BSI 전망은 중국 관광객 유입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돼 2월 72에서 3월 74로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BSI는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90.2)보다 낮은 90.2를 기록해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심리지수가 개선되고는 있지만, 실물지표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KDI는 "중국의 리오프닝 이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며 대내외 서비스업 관련 심리지수가 개선됐다"면서도 "대 중국 수출이 여전히 위축돼 있고 중국 실물지표의 부진이 지속되는 등 중국의 리오프닝의 실물경기에 대한 긍정적 영향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KDI에 따르면, 중국은 경제활동이 재개된 이후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가 유지되는 모습이지만 대부분의 실물지표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올해 들어 기업 심리의 개선으로 신규대출이 급증했지만, 자동차판매가 설 연휴와 보조금 폐지 등으로 감소하고 수입도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