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 비용절감 효과 없고
은행과의 밥그릇 싸움 우려도
금융당국이 비은행권의 일부 은행 업무 진출 허용을 논의하고 있지만, 정작 보험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수백억 대에 달하는 구축 비용을 감내하면서까지 얻는 실익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은 지급수수료 절감 외 보험사들의 비즈니즈 모델이 없는 상황이다.
7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카드·보험사의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허용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은행업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신규 플레이어를 추가하거나 비은행권과 경쟁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방안이다.
예금·지급 계좌를 발급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삼성생명통장’, ‘현대카드통장’ 등 수시입출금 통장을 보험사나 카드사에서 만들 수 있다. 카드업계는 ‘지금이 기회’라는 반응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지급결제는 카드사들이 계속해서 주장해오고 있던 사업이고, 된다면 모든 카드사가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험업계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보험사들은 2008년부터 정부와 금융위원회에 지급결제업무 허용을 요구해왔지만, 최근 몇 년간은 지급결제업 요구를 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급결제에 대해 보험사들이 요청한 바가 최근 몇 년간부터 현재까지 없었다”라며 “사실 보험사는 증권 카드사와 지급결제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 제한적인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보험협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급결제 방안이 나오면 회원사의 수요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제서야 몇몇 대형사들에 한해 사업 모델을 검토하는 분위기로 알려진다.
문제는 비용이다. 그동안 보험사는 고객과의 자금수납업무를 은행에 의존하면서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자금 이체 수수료를 은행에 지불해왔다. 보험사의 지급결제업무가 허용되면 자금이체 수수료를 더는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지만, 인프라 구축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과 함께 금융결제원에 특별참가금을 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금융결제원 가입비 산출 방식은 공개돼 있지 않지만, 자산이나 자본 규모에 따라 정해져 참여 방식이 설립 방식보다 많은 매몰비용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생보업계만 따져봐도 7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보험사가 지급결제업무를 담당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비용절감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자금이체 수수료를 지급하는 지금의 상황이 나은 것이다.
보험연구원은 ‘보험회사의 자금이체 기능 확보 방안 비교’ 보고서에서 “보험회사의 지급수수료는 유치한 계좌에서 보험료가 이체될 때만 사실상 절감될 것”이라며 “고객의 계좌를 유치했다 해도 타금융기관으로부터 보험료 이체가 이뤄지면 은행간 수수료, 고객 수수료, 중개수수료 중에서 고객수수료만 절감될 수 있어 효과가 거의 미미하다”고 했다.
여기다가 보험업계에서는 은행과의 밥그릇 싸움에 괜한 피해만 볼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이 지급결제를 허용해주는 대신에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 등 보상 요청이 나올 게 뻔하다는 것이다. 결국, 보험사가 지급결제업에 참여하려면 적정한 비용 요구와 추가적인 사업모델 발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나서 이용료를 조율해주고 업무 권역 간 밥그릇 싸움 중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