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급등’에 다시 떠오른 긴축 공포...한은 동결 실기였나

입력 2023-03-0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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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동취재단)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라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이 5%대 후반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연준을 따라 긴축을 이어온 지 1년이 넘었지만, 국내 물가는 여전히 잡히지 않고 경기 침체, 부동산 경기 하강 등 둔화 흐름만 뚜렷해지는 상황이다.

2일 국내 금융시장은 긴축 공포가 극에 달하는 와중에도 순항을 이어갔다. 코스피 지수는 전일보다 0.62% 오르며 2427.85에 상승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 홀로 4797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4거래일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지난 사흘간 1조 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00원(0.53%) 하락한 1315.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우호적인 경제지표를 발표했다는 점이 우려를 상쇄시킨 모습이다. 전날 중국이 발표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대비 2.5포인트 오른 52.6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 시장이 예측한 50.5를 웃도는 수치다.

전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4%대를 넘어섰다.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은 연준이 빠른 시일 내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채권 시장의 기대치를 의미한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전에 미국 국채 금리는 먼저 움직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예상하는 연준의 최종금리 구간도 상향되고 있다. 연준 주요 인사들은 3월 FOMC에서 빅스텝(기준금리 50bp인상)을 밟고 내년까지 최종금리 5%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달 23일 미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최대 6%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준의 통화정책을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말 최종금리가 5.5~5.75%에 도달할 가능성은 약 40%에 이른다. 금리 속도 조절에 들어서자마자 물가가 다시 뛰어오르면서 연준의 긴축 기조가 더 강하게,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문제는 미국 기준금리가 올라갈수록 국내 자금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급락한 탓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 시장 모두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4일과 27일 이틀 연속 급등해 지난해 12월 7일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1320원대로 올라섰다.

국고채 금리도 오름세다. 지난달 28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797%에 마감했다. 국채 3년 금리는 3.263%에서 3.797%로 2월 한 달 만에 약 50bp가 튀어 올랐다. 통화정책으로 보면 기준금리를 0.25% 두 번 밟은 셈이다. 한국은행의 2월 기준금리 동결도 실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3월 FOMC가 끝난 이달 22일부터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3차 회의가 시작되는 다음 달 11일까지를 최대 고비로 보고 있다. 미국이 3월 FOMC에서 예상대로 빅스텝을 밟으면 한-미간 기준금리 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로 확대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너무 국내 경기만 의식해서 소극적으로 대응한 게 아닌가 염려된다”라며 “국내는 3월 금리 인상 기회가 없기 때문에 이 기간에 부동산 PF 등 자금시장 사업장 한 곳에서 부실이 현실화된다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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