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깊어지는 갈등의 골…‘꾹꾹’ 눌러온 계파 갈등 본격화

입력 2023-03-01 15:19수정 2023-03-01 15:52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이재명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후폭풍
숨죽인 채 상황 지켜보는 지도부와 비명계
"지도부, 직접 나서서 의원들 만나 소통·설득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은평구 수색초등학교에서 열린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진단 관련 민생현장 방문 간담회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통합과 분열의 갈림길에 섰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무더기 이탈표 여파가 심상치 않다.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계획된 이탈’이라고 격앙된 목소리를 내자 비명계는 ‘지도부에 보내는 경고장’이라고 맞섰다. 감정 싸움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당 지도부 뿐 아니라 의원들도 일단 숨죽인 채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추후 열리는 의원 총회에서 계파 갈등이 표면화될 수 있다는 내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1일 ‘제104주년 3·1절 기념식’ 관련 행사를 제외하고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체포동의안 표결, 구속영장 청구 등 이 대표에 대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긴급 기자회견이나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해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무더기 ‘이탈표’가 쏟아진 표결 사태 원인은 지도부의 소통 부족에 있었다고 보고 개별적으로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방침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내를 총괄하는 저부터 의원들의 속생각과 뜻을 모으는 데 부족함은 없었는지 돌아보겠다"며 "우리끼리 책임을 추궁하며 분열의 늪으로 깊숙이 걸어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윤석열 정권이 노리는 함정"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이탈표 사태는 계파 간 충돌 양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민주당 의원 20%에 해당하는 30여 명이 ‘부결’에 표를 던지지 않은 배경엔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는 해석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본지 질의에 “이 정도 표가 나온 건 아무래도 ‘가결’을 설득하던 움직임이 있었던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전했다.

대표적 친명계인 김남국 의원도 JTBC와 인터뷰에서 “실제로 표결 하루 이틀 전부터 조직적으로 여러 차례 전화를 돌리면서 가결과 부결, 무효 이런 어떤 조직적인 표를 모으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눌러왔던 계파 갈등이 분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친명계 의원들이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을 향해 공개 저격할수록 분열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강성 당원들이 비명계 의원을 대상으로 ‘문자 폭탄’ 등 좌표 찍기에 나서면서 반발심도 키우는 상황이다. 다만, 비명계 일각에선 현 시점에서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기엔 명분도 충분하지 않고,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도부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 열린 의원 총회에서 최고위원과 친명계가 이 대표의 이름을 연호했던 장면을 거론하며 “당이 위기에 처했는데, 지도부가 상황 파악을 잘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른 친문계 의원은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 의원 총회에서 다들 조용히 하고 있었지만, 앞으로 열리는 의원 총회에선 걷잡을 수 없이 충돌할까 봐 걱정된다”며 “그 전에 지도부나 중진 의원들이 나서서 갈등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재명 리스크’를 부각하며 민주당과 이 대표의 틈을 벌리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서로를 의심하며 ‘수박’ 논쟁에 여념이 없다. 이번 표결은 이재명 대표가 스스로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법정에서 진실을 가릴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라며 이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