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흔들리는 반도체에 '암흑기' 맞은 무역수지…12개월째 적자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무역수지는 53억 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부터 12개월째 이어진 적자다.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무역수지가 또 흔들렸다. 지난달 53억 달러 적자를 보이며 12개월째 불안한 모습을 이어갔다. 한국 수출의 핵심축인 반도체는 7개월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나아질 거라 기대했던 대중 수출도 여전히 좋지 않았다. 반도체 수출이 회복되는 하반기까지 무역 적자는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부는 불안한 무역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총력 대응을 약속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무역수지는 53억 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부터 12개월째 이어진 적자다.

무역수지는 1월엔 126억5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적자를 보였다. 올해 누적 적자만 179억5000만 달러(한화 약 23조85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총 적자액인 472억3000만 달러의 3분의 1을 뛰어넘는다.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감소한 501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대중 수출 등 한국 무역의 중심축이 흔들린 탓이다.

반도체 수출은 7개월째 내림세를 보이며 42.5%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억 달러 줄어든 60억 달러로 1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재고가 넘치면서 제품 가격이 내려 전체 수출액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반도체 제품가격 내림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며 "하반기 이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비중이 30%에 달하는 대중 수출도 크게 줄었다. 24.2% 떨어지며 9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끝나자 회복을 기대했던 상황이 무색해졌다. 대중 무역수지는 11억4000만 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중국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아세안 수출은 16.1% 떨어지며 흔들렸다.

디스플레이와 석유화학, 철강 등 대부분 품목에서 수출은 흔들렸다. 석유화학은 18.3%, 철강은 9.8%, 디스플레이는 40.9%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갔다. 자동차 수출은 56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1% 늘었다. 이차전지 역시 25.1% 늘어난 8억7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대미 수출도 16.2% 늘어난 90억 달러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 수출도 13.2% 늘어난 62억 달러로 나타났다. 이외에 중동은 20.2%, 인도는 11% 늘었다.

수입은 원유, 가스 등 에너지 탓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늘어난 554억 달러로 나타났다. 에너지 수입은 19.7% 늘어났다. 원유는 72억5000만 달러, 가스는 61억8000만 달러, 석탄은 18억7000만 달러로 에너지 수입액(153억 달러)이 전체 수입의 30%가량을 차지했다. 에너지 외의 수입은 1.5% 줄었다.

다행히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달보단 수출은 늘었고, 수입은 감소했다. 수출은 38억 달러 늘었고, 수입은 35억 달러 감소했다.

이어진 수출 부진과 무역수지 적자에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분야별로 수출경쟁력 강화 대책을 빈틈없이 추진해 올해 수출 목표로 제시한 6850억 달러를 달성하도록 정부와 기업이 원 팀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의 기대와 달리 올해 수출 목표치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올해 누적 수출액은 964억 달러에 그친 상황이다. 이번 달부터 약 5900억 달러를 채워야 하는데 매월 600억 달러 가까이 수출 실적을 기록해야 가능하다. 수출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가 하반기쯤 나아질 전망이라 수출 실적을 올리기 힘든 상태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범부처 수출상황점검회의를 매번 개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부처별 수출실적과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협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장관은 "복합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확정한 범정부 수출확대 전략을 최대한 신속히 이행하는 등 총력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