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트] 금융당국 보험사 모두 "메리츠처럼" 외치는 이유는

입력 2023-03-02 18:30수정 2023-03-0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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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과 발맞추자" 기조 바꾼 메리츠
금융당국 생보사까지도 "메리츠처럼"

금융권 이곳저곳에서 “메리츠처럼”을 외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할 것 없이 메리츠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당국 안팎으로 칭찬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 배경에는 최근 당국이 강조하는 ‘경쟁 체제’와 메리츠가 지향해오던 ‘메기’ 역할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2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실무작업반 첫 회의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대형은행의 과점체제를 비판한 이후 은행의 경쟁 촉진 및 구조 개선을 위해 TF가 꾸려졌고 지난달 22일 TF 1차 회의 후 열린 첫 후속회의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시중은행 과점 체계를 깰 수 있는 ‘혁신 촉진자’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자 수익에 의존하는 은행권에 강력한 자극을 줄 수 있는 ‘메기’ 역할을 해 달라는 주문이다.

당국이 예시로 든 사례가 바로 보험업계의 메리츠화재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정체된 보험 시장에 메리츠화재가 가격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런 역할을 할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메리츠화재는 2016년부터 업계를 흔드는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게 시장의 평가다. 손해보험 시장은 상위 10개사가 전체 시장점유율의 94.7%를 차지하고 있다. 2014년 KB금융지주가 LIG손보를 인수해 KB손보로 사명을 변경하고 빅4로 입성한 이후, 시장 점유율 및 순위에 큰 변동은 없었는데 시장에선 메리츠화재가 메기 역할을 해 빅4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메리츠가 금융당국 정책에 보탬이 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도 당국의 신임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메리츠는 작년만 해도 과도한 공격영업으로 당국과 마찰을 빚었지만 올해 들어 롯데건설, 플랫폼 등 금융당국 기조를 맞추면서 분위기 전환을 꾀하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는 작년까지만 해도 ‘업계 물을 흐린다’는 이유로 미움 당하기 일쑤였는데 최근 들어 당국과 친화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처럼’을 외치는 건 보험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손보업계에서는 대표적으로 중소형 보험사들이 메리츠화재를 표방하고 있다. 실제 영업현장의 흥국화재 관계자는 “소형사들이 전략적으로 메리츠화재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회사의 영업관리자는 “메리츠화재를 롤모델로 보장성보험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라고 했다. 수익성에 보탬이 안되는 자동차보험은 디마케팅을 하고 장기인보험 시책을 늘려 공격영업을 하는 방식이다.

생명보험사도 메리츠화재의 영업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동양생명 사장은 직원들에게 “메리츠처럼 팔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은 최근 삼성화재 출신 상품 임원을 영입해 제3보험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강화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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