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가나아트센터에서 만난 이보름 큐레이터는 로비와 연결된 전시실 벽면 전체를 장식한 연대기 기록물을 가리키며 “1983년부터 2023년까지 40년의 기록물을 다 모아 놓은 아카이브로 1983년 개관 기념전 당시 도록부터 1990년대와 2000년대 전시회 포스터, 과거 발간 잡지 등을 모두 전시했다”고 설명했다.
가나아트는 갤러리현대(1970~), 국제갤러리(1982~)와 함께 국내 대표 갤러리로 손꼽히는 곳이다. 1984년 국내 최초로 갤러리 전속작가 제도를 도입해 생활이 어려운 미술가들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1985년 세계 최고 아트페어였던 프랑스 FIAC에 선두로 참가하면서 한국 미술을 해외에 알렸다.
미술품 경매전문업체 서울옥션을 설립하면서 국내 미술산업의 규모를 키웠고, 값비싼 유명 미술품을 판화로 재제작해 미술 초심자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에 작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프린트 베이커리 시스템을 도입해 미술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나아트가 소장 중인 대표적인 회화 및 조각 60여 점도 만나볼 수 있다. 가나화랑 초창기 전시회로 주로 소개했던 구본웅, 김환기, 나혜석, 박수근, 이중섭 등 1900년대 중반 활동한 한국 근대화가의 작품이 다수 걸려있다.
나혜석 친필이 새겨진 ‘낙동강’, 구본웅 목판 조각 ‘여인좌상’, 이중섭 은지화 여러 점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보존 등의 문제로 15년여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인성의 회화 ‘복숭아’도 만나볼 수 있다.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된 가나아트의 유럽 활동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도 한데 모았다. 가나아트와 개인전으로 인연을 맺었던 세자르, 안토니 타피에스, 미켈 바르셀로, 마크 퀸 등의 대표작이 소개된다.
이 큐레이터는 “1995년부터 파리 퐁피두 센터 근처에서 10여 년간 갤러리 ‘가나 보부르’를 운영했고, 국내에서는 2000년대에는 양주 장흥 근처의 모텔과 예식장 등 오래된 건물을 매입해 아뜰리에로 만들었다”면서 그간 대중에게 미술품을 선보일 수 있는 거점 공간을 확보하는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전문적으로 보존하면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스토리 쌓아나가는 게 갤러리의 사명감일 것”이라면서 “해외에서는 이런 작업이 그 자체로 가나아트의 이력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