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헌 에이플 노무법인 대표노무사
다만, 회사를 위한 작은 변명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법 규정상, 그리고 실무상 다른 노동법 위반과 큰 차이가 있다.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거의 모든 노동법은 회사의 의무와 위반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회사가 법을 어길 경우 노동청 등 공권력이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조치하고 회사를 처벌한다.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자와 근로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행위를 금지하는 유일한 규정이 직장 내 괴롭힘이다. 그리고 위반 행위를 접수하고 조사하고 조치할 의무가 회사(공권력이 아니다)에 주어지는 희귀한 규정이다.
노동청, 경찰 등 공권력은 조사, 조치에서 수십 년간 경험을 토대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며 자료수집에서도 많은 권한을 가진다. 회사는 다르다.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접수하고 조사하고 조치하는 사람도 근로자다. 증거자료 수집과 조사에서 가진 권한과 전문성이 공권력과 비교할 수 없게 작다. 대부분의 괴롭힘은 목격자가 적거나,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회사가 증거를 입수하는 것이 어렵다. 피해자가 단기간의 근로 계약으로 조사 이전에 퇴사하는 경우도 많고,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그동안 쌓아온 관계도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회사가 증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일부 대기업 외에는 불가능하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법은 괴롭힘 신고 접수 대상으로 회사만 규정하지만 노동부에 직접 신고하는 건이 이미 절대 다수이다. 현행 법제가 가지는 한계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신고자도 객관적인 제3자(노무사나 변호사) 혹은 국가기관에서의 공정한 조사를 희망한다. 이제는 신고접수 및 조사에 대한 국가 또는 노동전문가의 조력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직장 내 성희롱처럼 노동문제에 대한 전문성이 높은 노동위원회에서 다루는 것도 하나의 해결방안이다.
신동헌 에이플 노무법인 대표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