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대기업 은행 사금고화..순환출자 통한 지배력 확장 우려
국내 경제ㆍ경영학자의 76% 이상 대기업의 은행소유 허용과 관련한 은행법 개정안과 보험ㆍ증권지주회사의 비금융 자회사 소유 허용과 관련한 이른바 금산분리법 완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일 현 경제위기 상황에서 금융 산업은 물론 한국경제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금산분리 관련 전문가 설문 조사'를 지난달 30일부터 4월 3일까지 실시, 대다수 전문가들이 금산분리 완화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먼저 대기업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한도를 현행 4%에서 10%까지 허용하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은행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에 경제전문가의 절반이 넘는 52.9%가 적극 반대 의견을 밝혔고 반대한다는 의견 23.1%를 포함하면 전체 응답자 104명 중 약 76%가 은행법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찬성 의견은 찬성 13.8%, 적극 찬성이 9.6%로 전체 응답자 중 23.1%에 불과했다.
경실련은 또한 정부와 한나라당의 최근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 후 시행될 경우 어떠한 결과가 예상되느냐고 묻는 질문에 조사 응답자의 61.5%가 대기업의 은행소유로 인해 은행이 사금고화에 따른 경제력 집중 심화를 가장 우려했다고 전했다.
대기업의 은행을 통한 부실계열사 지원 등으로 인한 은행의 건전성 악화(57.7%), 대기업의 은행소유로 금융산업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침해,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52.9%)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보험증권지주회사가 제조업 등 일반회사(비금융회사)를 자회사로 소유하는 내용의 정부와 한나라당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 47.1%가 적극 반대, 26%가 반대로 전체 응답자 중 73.1%(76명)가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만약 정부와 한나라당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시행된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보는가라고 묻는 질문에 71.2%가 대기업의 순환출자를 통한 지배력 확장 및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금융업과 제조업 사이의 방화벽이 없어져 최근 GE와 같이 기업부실 혹은 금융부실이 다른 부문의 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는 의견(70.2%)과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하나의 공동 지배체제를 형성, 효율적 국민 경제활동을 저해(52.9%)할 것이라며 은행법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부정적 결과에 대한 예상이 높게 나왔다.
경실련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현재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금산분리 원칙 폐기법안들에 대해 관련 거시금융 경제전문가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정부와 한나라당이 법 개정의 명분으로 주장하는 금융산업 발전이나 현 금융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매우 약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경실련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금산분리 폐기법안들에 대한 강행처리 방침을 중지하고 현재 세계 각 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국제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의 흐름에 맞춰 금융 산업 건전성 강화, 감독체계 강화 등과 같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장기적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설문 조사에는 윤석헌(한림대, 前한국금융학회장), 권영준(경희대, 前한국선물학회장), 고동원(성균관대, 前한국은행법 학회장), 이의영(군산대, 前한국생산성학회장), 김광윤(아주대, 前한국회계학회장), 김호균(명지대, 現한독경상학회장), 장하성(고대 경영대학장) 교수 등 경제 및 경영학자 총 104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