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유럽 1위 명품 쇼핑 목적지’ 왕관 프랑스 파리에 내주나

입력 2023-02-1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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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관광객 명품 쇼핑 급증하는데
영국, 명품 세금환급 폐지로 혜택 못봐
명품 거리 부동산 순위도 덩달아 떨어져

▲영국 런던의 셀프리지스 백화점. 런던/AP뉴시스
영국 런던이 ‘유럽 1위 명품 쇼핑 목적지’라는 왕관을 프랑스 파리에 내줄 위기에 처했다고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해외 관광객들의 명품 소비 열풍이 다시 시작됐지만, 영국은 2020년 말 해외 방문객을 위한 면세 쇼핑을 폐지한 탓에 쇼핑 열풍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런던은 현재 유럽에서 유일하게 해외 관광객들이 명품 구매에 내는 20% 부가가치세 환급을 받을 수 없는 곳이다. 이는 런던이 지난해부터 급증하는 미국과 중동 관광객들의 명품 소비를 눈앞에서 놓치고 있다는 의미다. 관광을 위해 런던을 찾은 관광객들도 쇼핑을 위해선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등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국이 놓치는 명품 지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명품 지출 지표인 부가가치세 수입을 살펴보면 세금 환급 업체 글로벌블루 분석에서 지난달 유럽 대륙을 방문한 중동 방문객 수입은 2019년 동월 대비 2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달러 강세까지 뒷받침되면서 297% 급증으로 중동보다 더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영국 명품업체를 대표하는 버버리는 중동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분기 매출이 2019년과 비교해 유럽 매장에서는 122% 증가했지만, 영국에서는 불과 14% 증가에 그쳤다고 전했다. 핸드백 브랜드 멀버리 런던 매장은 해외 관광객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했지만, 부가가치세 환급 폐지 이후 5% 미만으로 축소됐다.

지난달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영국 명품 업계는 발을 더 동동 구르고 있다. 해로즈, 셀프리지스 등 대부분의 런던 백화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전에 해외 관광객 지출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세금 환급 복원을 위한 로비에 나서고 있다.

명품 소비를 회복하지 못하면 영국의 부동산도 덩달아 어려워질 수 있다. 쇼핑객들이 줄면 런던의 명품 거리 부동산 가격도 내려갈 수밖에 없다. 부동산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작년 런던의 뉴본드 스트리트는 밀라노의 비아 몬테나폴레오네에 추월당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소매 거리’ 순위에서 3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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