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쓸 수 있는, 알고도 쓰지 않을 수 없는 기업 성과급 기사를 쓰고자 몇 날 며칠을 몰두한 적이 있다. 연초 기업들의 ‘성과급 잔치’ 시기가 되면 산업부 기자들은 바빠진다. 누가, 얼마나 받는지는 이 업계에선 나름 귀한 ‘단독 기삿거리’이기 때문이다. 연례행사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아쉽게 놓친 적도 있고, 5분 차이로 단독을 달기도 했다. 친구부터 군대 선후임, 친구의 매형까지 동원하는 나름대로 치열한 취재가 있었다.
하지만 그 끝엔 씁쓸함도 묻어난다. 한 지인으로부터 “네가 받는 돈도 아닌데 왜 그렇게 신경 쓰냐”라는 악의 없는 질문을 받았을 땐 머리가 복잡했다. “남이 돈 받는 게 기사야?”라는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성과급은 보통 전년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책정된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4분기 꽤 어려운 시기를 겪었음에도 상반기 호실적 덕에 ‘무난히’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이 나왔다. 석유화학 업계 사정도 다르지 않다. GS칼텍스는 최근 임직원에게 기본 연봉의 50%, 현대오일뱅크도 기본급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LS그룹 계열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유통업체 E1은 지난해 말 기본급 대비 1500% 성과급을 줬다. 이들의 성과급은 최소 2000만 원부터 많게는 억대에 달한다.
사실 지인의 말대로 ‘개인적으로’ 누가 돈을 얼마나 받는지 궁금하진 않다. 오히려 기사 내 임직원들의 성과급과 내 통장에 찍힌 성과급을 비교하면 ‘현타’가 오기도 한다. 게다가 대기업에 종사하지 않는 국내 99%의 노동자들에게 쓴웃음만 남겼다는 사실에 마냥 유쾌하지도 않다.
내년에도 “00전자, 성과급 연봉의 00% 지급”과 같은 기사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단순 단독 경쟁이나 씁쓸함만 남기고 휘발되는 기사가 아닌 성과급 기사에 어떤 의미를 담을 수 있을지 조금이나마 고민해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