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중국 전기차 시장…“‘회슬라’ 시위 배후는 OOO였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3-01-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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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테슬라 센터에서 시위 중인 테슬라 차주들(출처=에너지 시장 분석가 Anas Alhajji 트위터 캡처)

최근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의 주요 도시에 있는 테슬라 매장에 고객들이 몰려들었습니다. 화가 잔뜩 난 채로요. 그도 그럴 것이 석 달 새 가격이 24%나 떨어졌거든요. 앉아서 600만 원을 날린 셈입니다.

그런데 이 보상 시위에 배후가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경쟁사 ‘비야디’가 그 주인공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회슬라’ 된 테슬라…3달 새 24% 가격 인하

시위의 도화선은 테슬라가 두 차례 발표한 전기차 가격 인하 정책입니다. 로이터통신 조사에 따르면 테슬라는 6일 중국에서 중형 세단인 ‘모델3’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 가격을 각각 26만5900위안→22만9900위안(4870만 원→4212만 원), 28만8900위안→25만9900위안(5291만 원→4761만 원)으로 인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고객들은 평균 600만 원가량을 손해 봤습니다.

테슬라는 작년 10월에도 차량 가격을 5~9% 인하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3개월 만에 13~24%가 싸진 셈입니다. 테슬라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내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봤습니다. 우선 중국 기업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미국 종합 경제지 포춘은 테슬라가 가격을 낮추는 이유를 현지 라이벌 기업인 비야디(比亞迪·(BYD)의 열기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비야디가 해외 확장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명세는 다른 기업에 비해 뒤처지지만, 중국 내 판매량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비야디의 출고량은 테슬라의 2배 이상입니다. 비야디는 2022년 전년 대비 출하 규모를 200% 이상 확대하고, 지난해 12월에는 테슬라의 4배 이상인 23만4598대를 기록했죠. 중국 토종 전기차 3사인 니오, 리오토, 샤오펑도 지난해 12월 전년 대비 19% 증가한 출하 규모를 보여줬습니다.

반면 테슬라의 중국 내 입지는 줄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5만5796대를 인도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가 감소한 수치입니다. 11월과 비교하면 44%가 감소했죠.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과잉생산에 따라 공급이 생산을 초과했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포춘은 테슬라의 가격 인하가 일론 머스크가 보여온 놀라운 성장이 지속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합니다.

▲지난해 12월 테슬라 태국 시장 출시 행사에 진열된 세단 모델3와 SUV 모델Y(로이터 연합뉴스)

보상 시위 배후는 경쟁사?…시위 현장에서 비야디 직원 발각

200명 이상의 테슬라 차주가 시위에 나선 가운데, 경쟁사 비야디가 시위를 부추겼다는 의혹이 등장했습니다. 시위 참여자들은 초과 지불 금액에 대한 환급을 요구하고 나섰는데요.

포춘은 “적어도 한 시위는 부분적으로 테슬라의 가장 큰 경쟁사(비야디)의 직원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매체에 따르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자신을 ‘왕 싱광’이라고 밝힌 중국 남성은 자신이 산시성 시안의 테슬라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죠.

그러면서 비야디의 직원이 아닌 개인의 자격으로 참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테슬라 차량을 이용하는 아내 대신 시위에 참가한 거라며 “기업을 위해서가 아닌 내 가족의 권리와 이익을 지키기 위한 개인적인 행동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비야디가 시위 배후에 있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테슬라는 시위자들의 요구에 10일까지 응답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테슬라는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대변인을 통해 “테슬라는 가격 인하 전 차량을 구매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테슬라 1개월 간 주가(출처= 구글 금융)

주가는 반등했지만…얼어붙은 차주 민심

시위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주가는 반등했습니다. 가격 인하로 판매량 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인데요.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약 65% 폭락했습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과정에서의 잡음, 고금리, 전기차 수요 둔화 등 다양한 리스크 때문이었죠. 하지만 5일 종가 110.34달러(약 13만6954원)였던 테슬라 주가는 가격 인하 정책을 발표한 6일 2.5% 상승해 113.06달러(약 14만318원)에 마감했습니다. 9일에도 반등세를 이어 119.77달러(약 14만8646원)로 장을 마쳤죠.

전문가들은 가격 인하 조치가 판매 성장을 견인할 가능성을 크게 평가했습니다. 중국초상은행(CMBI) 애널리스트인 시 지는 “테슬라는 가격을 낮추고 중국의 하위 도시까지 판매망을 확장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차주들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한 테슬라 소유주는 토요일 상하이 교외에 있는 테슬라 배송 센터에서 시위에 참여해 “정상적인 사업 관행일 수 있으나, 책임 있는 기업의 방식은 아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모델3의 소유주 리는 “테슬라는 가격 인하를 반복해 고급 전기차의 명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고 말했죠.

중국과 마찬가지로 가격을 인하한 한국에서도 반응은 좋지 않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생선회처럼 시가에 따라 자동차도 가격이 변하냐’며 ‘회슬라’라고 비꼬았는데요. 테슬라코리아에 따르면 6일 모델3 후륜구동(RWD) 가격은 7034만 원에서 8.5%(600만 원) 인하한 6434만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모델Y 롱레인지 판매가도 전년 대비 12.1%(1165만 원) 내린 8499만 원 수준입니다.

갑작스러운 가격 변동이 계속된다면, ‘투명한 가격 정책’의 가치를 내걸어왔던 테슬라의 브랜드 이미지가 무너질 것이라는 관측도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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