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타트업 돈줄 막혔다...지난해 IPO 조달액 65% ‘뚝’

입력 2023-01-0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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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긴축에 경기침체 우려 확산 영향
기업, 시장가치 평가절하 우려에 IPO 연기
미국, IPO 조달액 95% 급감…20년 만의 최저

▲세계 기업공개(IPO) 조달액 추이. 단위 억 달러. 2022년 1446억 달러.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전 세계 스타트업의 돈줄이 막혔다. 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IPO 조달액은 전년 대비 65% 급감한 1446억 달러(약 187조 원)에 그쳤다.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를 결정하며 금융시장 불안감이 극에 달했던 2016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양책 확대와 금융완화로 IPO 조달액과 건수가 모두 크게 늘었지만, 지난해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에 투자자들이 경기침체를 우려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했다.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상장을 미루는 기업도 늘었다.

특히 미국의 지난해 IPO 조달액은 전년 대비 95%나 급감한 80억 달러에 그쳐 2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IPO 중단 건수는 약 173건으로 IT 버블이 붕괴했던 2000년 265건 이후 가장 많았다.

미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본 벤처캐피털 기업 WiL의 이사야마 겐 공동 설립자는 “2021년에는 미국 상장사들이 금융완화로 실력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시장가치 평가가 기대에 못 미치는 기업들은 상장을 연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과 아시아 등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지난해 IPO 조달액은 전년 대비 83% 감소한 126억 달러로 1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유럽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크게 인상한 데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져 시장 분위기가 위축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IPO 조달액도 전년보다 36% 줄어든 989억 달러에 그쳤다.

올해 시장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본에서는 ‘다운라운드’ IPO를 택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다운라운드 IPO는 후속 투자 유치 때 이전 투자 때보다 가치가 낮게 평가된 채로 투자받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시장가치 평가 절하를 우려해 상장을 연기하며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를 시도하고 있다.

이사야마 설립자는 “IPO 시장이 회복하려면 2년은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타트업은 새해 자금조달 환경이 더 나빠질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닛케이는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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