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은 50%+1주, 가격은 지배 주주와 일반 주주 동일
전문가들 “매수 물량 100% 확대해야 바람직”
금융위원회가 주식양수도 방식의 인수합병(M&A)에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한다. 이번 도입으로 과거보다 대주주와 일반 주주가 평등한 주주 평등의 원칙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1일 금융위는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 시 일반 투자자 보호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광일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그동안 일련의 합병 사례에서 일반 투자자 피해 논란이 지속 제기됨에 따라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부각됐다”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의무공개매수제도란 상장 회사의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의 주식을 취득할 때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공개 매수하는 것이다. M&A로 기업의 지배 주주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일반 주주에게도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새로운 지배 주주(인수인)에게 매각할 기회를 보장하는 방법이다.
금융위는 주식의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되는 경우 잔여 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안은 일반 주주도 지배 주주와 같은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또 매수 물량은 50%+1주다.
이와 관련해 이날 토론자로 나선 정준혁 서울대학교 교수는 “(인수자가) 24.9%를 인수해서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빠져나갈 수 있다”며 “25% 미만인 경우에도 사실상 최대 주주이면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어 이 부분이 고려돼야 규제 공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주식 취득 물량은 (50%+1주가 아니라) 100%가 바람직하다”며 “(100%일 때) 무자본 M&A가 발 디딜 틈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도 정 교수와 의견을 같이했다.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과 만나 보면 대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는 우리나라의 M&A를 이상하게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 (매수 물량은) 100%로 가야 하고, 미국식 이사 충실 의무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회사에 대한 인수자의) 지배력은 공개 매수 의무를 부과해야 하는 시점에 결정하기 힘들다”며 “규제 회피를 방지하려면 그 언더(25% 미만)를 취득해도 의무공개매수가 적용되는 게 어떨까 한다”고 했다.
반면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합병과 영업양수도는 회사법으로 단체법적 성격이지만 주식양수도는 개인법적 영역”이라며 “개인법적 영역을 단체법적 시각으로 보는 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인수자에게)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지게 하면 취득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M&A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우리나라는 적대적 M&A가 많지 않은 편이어서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해도 M&A가 저해될 거라는 논리는 바로 성립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수 물량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시장의 변화를 보며 강화할 필요가 있는지 보겠다”며 “제도 도입 후에 잘 모니터링하고 추가적인 부분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