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소득대비 부채(부채소득비율·DI) 두 배 넘어가면 소비 줄어
최근 시중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가계빚 상환부담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 경우 고부채·저소득자와 고부채·비자가(무주택자)층, 일명 취약계층의 소비에 더 큰 충격을 준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또, 총소득대비 부채비율이 두 배를 넘어가면 소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은행 동향분석팀 오태희 과장 등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금리상승시 소비감소의 이질적 효과 : 가계 특성별 미시자료를 이용한 소비제약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원리금상환비율(DSR)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부채 수준이 전체 분포의 50% 이상인 고부채 가구이면서 가구소득이 하위 30%인 저소득가구인 경우 소비가 0.47% 감소했다. 이는 전체 가구 소비감소폭(-0.37%)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고부채이면서 중·고소득 가구의 소비 감소폭도 0.46%에 달했다. 다만, 저소득층의 경우 먹고사는데 필요한 필수적 소비비중이 63.2%로 중소득층(53.9%)과 고소득층(48.0%) 보다 높다는 점에서 질적 측면의 소비위축 충격은 더 클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DSR 20% 초과 가구는 2011~2015년 중 5.3%에서 2016~2020년 중 5.9%로 0.6%포인트 증가한 바 있다.
총소득대비 부채비율로 산출한 부채소득비율(DI)이 10%포인트 상승할 경우 기존 DI가 200% 이상인 경우에는 소비가 0.31% 감소했다. 반면, DI가 100% 미만과 100% 이상 200% 미만에서는 각각 0.31%와 0.07%가 늘었다. 이는 일정수준까지 부채가 늘어날 경우엔 빚을 낸 돈을 소비에 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태희 과장은 “전형적 취약계층으로 인식되는 고부채·저소득, 고부채·비자가 가구의 소비감소폭이 평균 수준보다 더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향후 가계의 금융부담이 가중될 경우 취약계층은 필수적 소비를 중심으로, 중산층 이상은 재량적 소비를 중심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감안한 정책설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가게부채를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이 금융안정뿐만 아니라 소비 평활화를 통한 경기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 보고서는 한국노동패널(KLIPS) 자료를 사용해 가구를 소득 및 부채수준, 자가 소유여부에 따라 소그룹화해 실증분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