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가족관계 신고 때 구청 안 가고 신분증만 내도 ‘합헌’”

입력 2022-11-2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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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7대 2로 합헌 결정

입양 등 가족관계를 신고할 때 행정기관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신분증명서만 내도 되도록 한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가족관계등록법 제23조 제2항이 사생활‧가족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 심판 사건을 심리한 뒤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 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11월 선고에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헌재에 따르면 자산가 A 씨는 2016년 건강 악화로 조카 B 씨에게 간호를 부탁했고, B 씨는 약 8개월 뒤 A 씨가 사망할 때까지 함께 살며 병수발을 했다. B 씨는 A 씨와 함께 살던 중 양자 입양신고서를 구청에 제출했다. B 씨의 자필로 신고서를 작성한 뒤 A 씨의 도장을 찍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은 당사자가 직접 지자체에 출석하지 않아도 신분증이나 신분증명서를 제시하면 가족관계를 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친지들은 입양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A 씨가 의사능력을 잃은 상황을 이용해 B 씨가 수백억 원대 자산을 독차지하려고 마음대로 신고서를 냈다는 것이다. 아울러 당사자가 직접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입양 신고가 가능한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도 청구했다.

헌재는 친지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은 입양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입양 신고를 해 가족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한편, 출석하지 않은 당사자의 신분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함으로써 신고 의사의 진실성을 담보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비록 출석하지 않은 당사자의 신분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이 허위 입양을 방지하는 완벽한 조치는 아니라고 해도 심판 대상 조항이 원치 않는 가족관계의 형성을 방지하기에 전적으로 부적합하거나 매우 부족한 수단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대의견을 제시한 이선애‧이은애 재판관은 “당사자 사이에 진정한 입양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추가로 확인하는 방법을 두거나 적어도 본인에게 우편 통지함으로써 의사에 반해 이뤄진 입양 신고를 정정할 기회가 실효적으로 부여돼야 한다”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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