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업계 ESG 등급 관리 ‘경고등’…“부정 이슈로, 총점 하락폭 커”

입력 2022-12-05 17:00수정 2022-12-06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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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는 3단계↓·신세계푸드와 농심은 2단계↓·SPC삼립 1단계↓

식음료업체들의 ESG 등급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라면업계에서 1~2위인 농심과 오뚜기는 각각 2단계, 3단계 뒤로 밀렸다. 신세계그룹에서는 신세계푸드가 계열사 중 유일하게 2단계 하락하며 ‘B’ 등급을 기록했다. SPC삼립은 올해 1단계 뒷걸음질친 ‘B’를 받아들었다.

5일 본지가 한국ESG기준원이 발표한 ‘2022년 ESG 등급’을 분석한 결과 식품업계에서 가장 등급 변화가 컸던 업체는 오뚜기다. 지난해 통합등급 ‘A’로 양호한 등급을 받았던 오뚜기는 올해 ‘C’로 무려 3단계 떨어졌다. 유통업계로 범위를 넓히더라도 최대 하락폭으로 산업계 전반에서도 3단계나 뒷걸음질친 기업은 흔치 않다. 한국 ESG기준원은 ESG 등급을 S와 A+, A, B+,B, C, D 등 7단계로 구분한다.

세부적으로 오뚜기의 환경 등급은 지난해 ‘B+’에서 올해 ‘C’로 떨어졌다. 한국ESG기준원은 환경 분야(E)에 대해 리더십과 거버넌스(의사 결정체계), 위험관리, 이해관계자 소통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노동관행과 인권, 정보보호 등을 평가하는 사회 등급(S)은 지난해 ‘A+’에서 올해 ‘B+’로 2단계 내렸다.

지배구조(G)는 ‘B+’에서 ‘C’로 2단계 내려섰다. 지배구조는 이사회 리더쉽과 주주권 보호, 감사, 이해 관계자 소통 등을 평가하는 지표다. 오뚜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지속 경영 보고서 격년 발행 등 실제 ESG 활동보다는 평가 대처에 미흡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뚜기 점자 적용 제품 (사진제공=오뚜기)

라면업계 선두업체인 농심의 ESG 등급 하락 폭도 적지 않다. 농심의 통합 등급은 작년 ‘B+’에서 올해는 ‘C’로 2단계 떨어졌다. 환경 부문은 ‘B’로 그대로였고, 사회 부문도 작년과 같은 ‘A’를 받았다. 하지만 지배구조 항목은 ‘B’에서 ‘D’로 2단계 물러났다.

농심 측은 “사외이사 연임과 배당 방법이 지적받으며 지배구조 등급 변경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통상 상장사들이 주주와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 정률배당에 나서는 것과 달리 농심은 최근 18년 간 주당 4000원을 유지하는 정액 배당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동종업계 경쟁사인 삼양식품은 지난해 ‘A’에서 올해 ‘B+’로 한등급 떨어졌다.

신세계그룹에서는 신세계와 이마트가 각각 지난해와 같은 ‘A’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2단계 떨어진 계열사도 나왔다. 신세계푸드의 통합 ESG 등급은 작년 ‘A’에서 올해는 ‘B’등급으로 계열사 중 유일하게 ‘B’를 기록했다. 환경 부문은 ‘B+’에서 ‘C’로 2단계 떨어졌고, 사회 부문과 지배구조 부문은 각각 ‘A’에서 ‘B+’로 내렸다. 회사 관계자는 “ESG평가에서 신규항목에 대한 대처가 부족했다”면서 “전사 차원에서 체계적인 비전과 전략을 다시 정립하고 인력도 투자도 강화할 계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인명사고가 발생한 파리바게뜨 운영사 파리크라상을 최대주주로 둔 SPC삼립의 통합 등급은 ‘B+’에서 ‘B’로 떨어졌다. ESG기준원 관계자는 “사건사고를 반영할 경우 심각성을 따지기 위해 3~4년간 반복한 사건인지와 실제 관리 책임 여부를 따지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해서 무조건 등급 조정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올해 발표는 2021년 평가를 집중 반영하고, 올해 (사고 등을) 추가하는 형식으로 올해 발생 사고는 내년 평가에 심층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식품업계에서 유일하게 ESG 통합등급 ‘A+’를 받았던 풀무원은 올해 ‘A’로 한단계 내려갔다. 해태제과식품과 크라운제과는 나란히 지난해 ‘B’에서 올해 ‘C’를 기록했다.

CJ제일제당과 CJ프레시웨이, 롯데제과, 오리온 등 식품 대기업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 통합등급 ‘A’를 받았다. 매일유업은 ‘B+’에서 올해 ‘A’로 1단계 올랐다.

▲9월 경북 경산시의 치유농업 농장인 '바람햇살농장' 내 대추나무 앞에서 파리바게뜨 직원과 농부들이 'SPC 행복상생 프로젝트'를 통해 출시한 파리바게뜨 제품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PC그룹)

이번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유통기업으로는 교촌에프엔비와 사조동아원, 샘표, 잇츠한불, 토니모리, 한국화장품 등이다. ESG기준원은 C등급에 대해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크다고 평가한다.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거의 갖추지 못해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D등급은 BYC와 쌍방울, 신영와코루와 동원수산, 마니커, 신원, 형지엘리트 등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러가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 평가 기준을 자세히 알려주지 않아 대응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ESG기준원 측은 “지난해 평가 기준을 개정하며 보여주기식 홍보를 하는 기업들의 실제 모습을 파악하려 노력했다”면서 “특히 심화 평가를 통해 횡령이나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한 기업을 중심으로 총점 하락 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한국ESG기준원의 올해 ESG평가는 대체로 ‘짠물’이었다는 시각이 많다. 유가증권 상장사 772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A+는 작년 14개에서 올해는 5개로 줄었고, A등급은 171개에서 116개사로, 136개던 B+ 등급은 124개로 감소했다. 211개였던 B등급 회사는 76개로 쪼그라들었고, 221개 업체였던 C등급은 195개로 줄었다. 하지만 12개사 였던 D등급 업체는 무려 256개로 늘며 하위 등급 기업 수가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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