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오너가 아닌 여성 CEO 나왔지만…아직 단단한 '유리천장'

입력 2022-1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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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 이정애ㆍ'지투알' 박애리…LG, 4대 그룹 첫 여성 CEO 인사

100대 기업 여성임원 400명 돌파
여성임원 비율 5.6%, 꾸준히 늘어

"선진국 대비 여성 비중 여전히 낮아
중간 관리자급 이상 중용 늘어야"

국내 4대 그룹(삼성, 현대차, LG, SK)에서 처음으로 오너 일가 이외 여성 CEO가 발탁됐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4대 그룹 상장사 CEO는 모두 104명이다. 이 중 여성 CEO는 오너 일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포함해 3명뿐이다. 다수 회사에서 여성 임원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CEO만 놓고 보면 여전히 ‘유리천장’이 두텁다.

최근 LG그룹이 정기 임원 인사에서 박애리 지투알 신임 대표와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 등 2명의 여성 CEO를 내정했다. 4대 그룹 CEO 중 오너 일가가 아닌 여성은 처음이다. 아직 3대 그룹 인사가 남은 만큼 여성 CEO가 더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조사대상기업은 모두 자본시장법을 적용받는 상장사로 시가총액이 총 1100조 원이 넘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사실상 이전까지 우리나라를 움직이는 CEO 중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여성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4대 그룹은 모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에 이사 선임에 있어서 성별, 종교, 출신 지역, 국적 등에 대한 다양성과 차별 금지를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2019년 ‘기업지배구조헌장’을 개정해 이사 자격에 성별, 연령, 종교뿐만 아니라 교육 수준의 요소에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여성 임원 확대는 현행법상으로도 필요하다. 올해 8월부터 시행된 ‘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상장사는 이사회를 동일 성별로 구성하면 안 된다. 다만 위반 시 처벌 조항은 없다.

조사 대상을 100대 상장사 임원으로 넓혀보면 여성 임원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올해 반기 기준 매출액 상위 100개 상장사 여성 임원을 집계해 총 403명이라고 조사했다. 지난해(322명)보다 25%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여성 임원 수는 2004년 13명에 불과했으나 2013년 114명, 2018년 216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성 임원 비율도 5.6%로 나타났는데, 2019년 3.5%, 2020년 4.1%, 지난해 4.8%로 지속해서 늘고 있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기업은 물론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성별에 의한 편견이 없어져야 한다”며 “하지만 매우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은 물론 일반 임원의 비율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단순히 여성 임원이 있느냐 없느냐 문제가 아니라 기업 성장의 중요한 인적 자원으로 인식해 중간 관리자급 이상 여성 인재를 크게 늘리는 과감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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