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경기침체에 믿을 건 현금”.... 부채보다 현금 쌓아두는 기업들

입력 2022-11-21 14:57수정 2022-11-2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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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상위 10개 기업, 유동비율 159%→167%로 상승
올해 초 IPO로 자금 끌어모은 LG엔솔, 유동비율 개선 1위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 전경(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레고랜드로 인해 채권 시장의 ‘돈맥경화’가 촉발됐는데, 금리까지 치솟자 국내 기업들은 현금 유동성을 높이고 있다. 부채를 늘리기보다 현금성 자산을 쌓는 데 집중하면서다. 다만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현금성 자산 중 재고가 가장 크게 늘면서 실속 없는 대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본지 취재 결과, 시총 상위 10개 기업의 평균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지난해 말 159.40%에서 올해 9월 말 167.64%로 늘었다.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빚보다 같은 기간 내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이 1.59배에서 1.67배로 늘었다는 뜻으로, 기업의 유동성이 개선됐다는 뜻이다.

통상 유동비율은 기업이 보유한 지급능력 보여주는 지표다. 분모인 유동부채를 줄이거나, 분자인 유동자산을 늘릴수록 숫자가 개선되는 게 특징이다. 10개 기업(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삼성SDI, 현대자동차, 네이버, 기아, 카카오)의 지난 9월 기준 유동자산은 522조4170억 원으로, 지난해 말(416조6522억 원)보다 86조7648억 원이다. 같은 기간 유동부채는 230조3441억 원에서 258조7605억 원으로 28조4162억 원 증가했다. 유동부채가 증가한 폭(12.33%)보다 유동자산(20.82%) 더 크게 늘어난 것이다.

유동비율이 가장 크게 개선된 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다. LG엔솔은 9개월 새 유동자산이 11조7126억 원 늘었는데, 이는 대부분 기타수취채권의 증가 폭(4조4650억 원)에 기인했다. LG엔솔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기타수취채권 중 금융기관 예치금이 10억 원에서 4조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초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면서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도 유동비율이 247.58%에서 294.16%로 올랐다. 유동자산이 32조7174억 원 늘어났는데, 이중 절반 수준(15조9354억 원)의 증가분이 재고자산이었다. 이는 시장 수요가 회사가 예측한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면서 재고가 쌓인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그룹은 유동성 관리를 위해 계열사별 회사채 파악에 나선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외에도 LG화학(135.53%→195.19%), 카카오(143.90%→157.12%) 등의 유동비율이 개선됐다.

10대 대기업 기업마저 실탄 준비를 본격화한다는 건 그 외 기업은 더 심각하다는 뜻이다. 복수의 기업들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까지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가스는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ATAS) 지분 전부를 카타르 국부펀드에 매각한다. 매각 대금은 약 1400억 원 규모다. 두산 역시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중 일부인 4.47%를 처분해 5722억 원을 확보했다.

한편 250%가 넘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동비율은 지난 9월 178.67%로 떨어졌다. 이는 단기부채가 1조1072억 원에서 3조5385억 원으로 폭증한 데 따른 것이다. 단기부채 중에서도 거래처에서 발생한 외상인 매입채무 및 기타채무가 1조 원 넘게 증가하며 가장 크게 늘었다.

네이버의 유동비율 역시 기존 140.89%에서 124.24%로 소폭 하락했다. 네이버는 국내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증가하면서 단기차입금이 8190억 원 증가하면서 유동부채가 늘어났다. 최근 네이버는 미국의 C2C 플랫폼 포시마크의 지분 100%를 16억 달러(2조3441억 원)에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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