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된 尹 '도어스테핑'…전문가 "목에 칼 들어와도 유지했어야"

입력 2022-11-21 14:51수정 2022-12-0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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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권 바뀐 모습 보여줄 가장 중요한 존재"
"소통 의지 안 보여…'불통' 부정적 평가 높은 순위"
"울고싶은데 뺨 맞은 격…MBC가 명분 만들어 줘"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날인 지난 5월11일 헌정사상 최초로 시도한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Doorstepping)이 잠정 중단됐다. 이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은 "잘못된 선택이다", "소통 의지 안보인다" 등 부정적인 판단에 무게를 실었다.

대통령실은 21일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부로 도어스테핑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중단 배경에 대해선 "최근 발생한 불미스로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 재발방지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8일 발생한 MBC 기자와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이의 언쟁을 겨냥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과정에서 MBC 출입기자들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를 놓고 당시 도어스테핑에서 공격적인 질문이 있었고, 이후에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과 MBC 기자 간 고성이 오가자 대통령실 차원에서 대책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윤 대통령은 외부 일정이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용산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도어스테핑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오늘은 바로 집무실로 향했다.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취지를 살릴 방안 마련되면 재개 여부 검토할 것"이라 부연했지만, 그럼에도 격의 없는 소통을 내세웠던 용산시대의 의미는 퇴색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이었던 지난 3월20일 '용산 집무실 이전'을 발표하는 기자회션 자리에서 "공간이 업무와 일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1층에는 프레스센터를 설치해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선 평가와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도어스테핑 중단에 대해 '잘못된 판단'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도어스테핑은 윤 정권 들어 바뀐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상징적인 존재였다. 그 어떤 일이 있다 하더라도 계속 유지를 해야지, 중단하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라며 "게다가 초반에 야당이 '그만두라'는 얘기를 결과적으로는 듣는 꼴이 돼버린 측면이 있다. 따라서 잘못된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애초 취지였던 '소통' 의지가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도어스테핑 중단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며 "애초 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올 당시 '이 곳이 너무고립돼 있고 외부와도 소통이 안된다.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면 매일 출퇴근하며 기자들과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론 아니었단 얘기"라고 말했다.

신 교수도 "윤 대통령의 부정적 평가 요소에 '소통을 잘 못한다, 독단적이다' 등에 대한 내용이 높은 순위에 랭크가 돼 있다"며 "이 상황에서 그나마 '독단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도어스테핑이었다. 하지만 이를 중단하면 부정적 요소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도어스테핑은 소통 뿐 아니라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담보해주는 것"이라며 "도어스테핑을 중단하면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울고싶은데 뺨 맞은 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평론가는 "도어스테핑을 하고싶지 않았던 터에 MBC 건으로 이유가 생긴 것"이라며 "대통령실이 그동안 '도어스테핑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라고 언급했던 그 강한 의지가 어디로 사라졌나. 다른 언론을 봐서라도 계속 하셔야 하는건 아니냐"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역시 "MBC가 빌미를 준 것이며 그것을 명분으로 삼은 것"이라며 "언론과 소통할 의지가 없어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약식 회견을 하는 용산 대통령실 1층 현관 안쪽에 나무 합판으로 만든 대형 가벽이 설치됐다. 현재로서는 바닥과 천장까지 모두 막혀 있어 시야가 모두 가려진 셈이다. 평소 기자들은 대통령은 물론, 참모들과 외부인의 출입을 자유롭게 확인할 수 있었지만 가벽 설치로 취재 제한 등도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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