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미국’, 월가서 자금조달 10년래 최악…디폴트 위기 직면

입력 2022-11-0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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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M&A, 전년비 28% 감소
IPO 95% 급감…11년 만의 최저
CLO 발행도 97% 줄어…레버리지론은 70% ↓
피치 “북미 기업, 이자 감당 위해 2000억 달러 마련해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월가를 나타내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뉴욕(미국)/AP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시장의 유동성은 줄어들고, 기업들의 차입비용이 늘면서 월가 분위기가 급격히 싸늘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기업들의 월가 자금조달이 10여 년 만에 최악 수준으로 둔화했다고 보도했다. 매년 가을은 일반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자본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월가가 가장 활기를 띠는 시기이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기업공개(IPO)와 회사채 발행, 인수·합병(M&A) 시장 모두 침체된 분위기라는 것이다.

딜로직에 따르면 9월~10월 미국 M&A 규모는 총 2190억 달러(약 307조3665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3% 감소했다. 10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약 1151억 달러로 전년보다 약 28% 줄었다. 지난달 IPO 규모는 전년 대비 95% 급감한 16억 달러에 그쳤다. 이는 2011년 이후 최저치다.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은 영국발 금융시장 혼란 여파까지 겹쳐 지난달에 전년보다 97% 감소한 13억 달러를 기록했다. CLO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에 대한 은행의 대출채권을 묶어서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그만큼 저신용도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급감한 것이다. 레버리지론 발행액도 약 70% 줄어든 541억 달러에 그쳤다.

IPO나 M&A 시장이 위축됐다는 것은 투자은행(IB)들의 주간사 수수료도 줄어든다는 의미다. 하지만 글로벌 IB 역시 시장 상황에 조심스러운 눈치다. 실제로 JP모건체이스는 올해 리스크가 있는 M&A를 비롯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활동에 대한 주간사 역할을 거의 맡지 않았다. JP모건은 최소 내년 여름까지 이러한 ‘절전 모드’를 유지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작년까지만 해도 사모펀드 업계가 약 1조 달러 대의 기업 자본조달 거래를 성사시켰던 것과 대조적인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저금리 시기에 조달했던 막대한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 증가가 기업의 목을 조르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연준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던 지난 10년간 10조 달러가 넘는 자금을 빌렸다.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북미 기업들은 늘어나는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올해와 내년 2000억 달러를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WSJ는 “고물가 속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 차입비용이 계속 늘면서 앞으로 기업들은 부채를 줄이고 자체 수입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으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경종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자본조달 시장의 악화 충격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면 연쇄 디폴트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브루스 리처드 마라톤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3~2024년 사이 기업 신용등급 강등 건수가 2000건에 달하고 200건의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초기였던 2020년과 달리 경제적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금리 인하를 할 수 없어서 디폴트 사이클이 이전 신용 위기 때보다 더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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