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시장, 1년 새 거래 대금 35% 감소…흥국·DB생명 여파 ‘주목’

입력 2022-11-06 11:13수정 2022-11-0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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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간 채권 거래대금 68조…작년 동기보다 34.36% 감소
기관, 2527억 순매수에서 9억 순매도 전환…개인·외국인은 순매수로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레고랜드로 시작된 채권 시장 한파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험사들이 예정된 날짜에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콜옵션을 미행사하면서다. 이는 신뢰로 지탱되는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과 다름 없었고, 결국 시장 참여자들은 채권에서 점차 손을 떼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한 달(10월 4일~11월 4일) 동안의 채권 거래대금은 68조97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월 5일~11월 5일, 103조7360억 원)보다 34.36% 줄어들었다. 작년 10월 4일은 정부 지정 대체공휴일이었다. 채권 종류별로 보면 국채가 102조5000억 원에서 66조8340억 원으로 34.8% 줄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개인과 외국인이 채권 투자를 늘린 데에 반해 기관은 투자를 줄였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기관의 채권 순매수(매수-매도) 규모는 2527억 원에서 올해 9억 원 순매도로 전환했다. 반면 개인은 611억 원 순매도에서 1537억 원 순매수 포지션으로 전환됐다. 외국인은 지난해 해당 기간에 채권 거래가 없었으나 올해는 55억 원 규모의 순매수 포지션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기관에 이어 앞으로 개인과 외국인도 채권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자금 가뭄 시장에 흥국생명과 DB생명이 채권 상환을 연기한 이유에서다.

지난 1일 흥국생명은 싱가포르 거래소에 2017년 발행한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를 미룬다고 공시했다. 금리 상승으로 차환 발행이 어려워진 데다 자기자본으로 상환할 여유가 없는 데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미행사가 디폴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발행사가 일정 기간 후에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 때문에 실제 콜옵션이 연기된 사례는 2009년 우리은행이 최초였다.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한국계 외화채권 규모가 올해보다 더 많아 시장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만기가 올해인 한국계 외화채권은 204억3929만 달러인데, 내년은 이 수치가 249억220만 달러로 21.8% 늘어난다.

여기에 DB생명도 오는 13일 예정됐던 3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날짜를 내년 5월로 미뤘다. 시장 불안이 더 커질 위험에 금융위원회는 3일 보도자료를 내고 “DB생명과 투자자 간 쌍방의 사전 협의를 통해 조기상환권 행사 기일 자체를 연기한 것”이라며 “조기상환권을 미이행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미 신뢰에는 금이 갔다고 보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크레딧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콜 미행사로 시장 충격은 다른 시기에 비해 그 여파가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회사채 투자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인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AA- 3년물 간의 금리 차)도 1.5%포인트(p)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엔 1.471%p를 기록해 2009년 3월 27일(1.486%p) 이후 가장 높았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단기 조달 시장의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비우량 등급 금융사에 대한 경계감과 스프레드 확대는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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