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제 부탁했지만, 은행채ㆍ특수채 발행 지속

입력 2022-11-02 14:34수정 2022-11-0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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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자금 다 빨아먹는 은행채ㆍ한전채 발행 지속
정부, 은행ㆍ공공기관에 채권 발행 자제했지만 소용없어

(IBK기업은행)

‘자금 블랙홀’인 은행채·특수채의 발행이 멈추지 않고 있다. 레고랜드로 촉발된 ‘돈맥경화’에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채권이 계속해서 시장으로 나오면서, 그나마 있는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주도해 펀드를 조성하고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우량채가 지속적으로 발행되는 이상 막힌 혈을 뚫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가동한 지난달 24일부터 전날(7영업일)까지 발행된 은행채 규모는 모두 5조5300억 원이다. 이는 채권 종류 중 국채(6조1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이며 회사채(2조2804억 원)보다 2배 이상 큰 금액이다.

국가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야 하는 책무가 일반은행보다 무거운 국책은행(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이 채권을 집중적으로 찍었다. IBK기업은행은 2조3100억 원으로 발행 규모가 가장 컸으며 KDB산업은행 1조8700억 원, 한국수출입은행 1조2500억 원 순이었다.

이 기간 광주은행(100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5조4300억 원의 물량(98.19%)이 국책은행에서 나온 채권이었다.

앞서 지난달 금융당국은 국책은행에 특수금융채 발행을 최소화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발행 물량과 일정도 확인하고 있지만, 발행 속도가 늦춰지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회사채는 연간 계획에 따라 일상적으로 발행하는 것”이라면서도 ‘금융당국의 발행 자제 부탁에 발행 규모를 줄일 여지가 있냐’는 질문에는 “발행 규모와 시점은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또 “정부의 50조 원 플러스알파(+α)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위해 회사채를 찍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도 다르지 않다. 채안펀드 가동일부터 이달 1일까지 특수채는 3조1402억 원어치 발행됐다. 이 중 한국전력공사가 발행한 한전채가 8800억 원 규모다.

한전채 역시 채권 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가 발행 축소를 유도하고 있지만, 회사의 적자 탓에 채권을 찍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상반기 한전의 영업 적자는 14조 원이다. 이 탓에 한전의 올해 영업적자는 40조 원을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자금이 마른 상황에 은행채와 특수채 발행이 증가하니 일반 회사채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통영에코파워가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된 게 대표적 예다. 지난달 27일 통영에코파워 수요예측에서 모든 기관투자가가 매수 주문을 넣지 않았다. 통영에코파워의 신용등급은 A+였음에도 회사채가 팔리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정부도 ‘관치금융’ 비판에 현재보다 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진짜 위기 시에는 그런 스케줄을 조절할 수 있다”면서도 “은행채나, 한전채나 (발행) 스케줄이 있는 회사채는 찍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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