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경영 손 떼고 자금 쏟아붓고…새 판 짜는 서경배 회장

입력 2022-11-02 16:00수정 2022-11-0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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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뛰드·에스쁘아 등에 600억 수혈…자본잠식 털고 운영자금 지원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계열사 경영에서 손을 떼고 자금을 수혈하는 등 새로이 정비에 나선다. 연속된 적자로 자본잠식 등에 빠진 계열사를 재정비하는 한편 계열사 수장을 맡은 젊은 임원진들에 힘을 싣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고 에뛰드에 300억 원, 에스쁘아 100억 원, 오설록농장 200억 원 등 총 600억 원의 출자를 결의했다. 이들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은 이달 15일 유상증자 납입을 통해 이뤄진다.

에뛰드와 에스쁘아는 운영자금, 오설록농장은 시설자금 확보가 목적이다. 에뛰드와 에스쁘아는 이니스프리와 함께 ‘서민정 3사’로 불리던 곳들이다. 서 회장의 장녀인 서 씨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유력한 경영 승계 후보다.

서 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19.52%씩 갖고 있었으나 9월 말 에뛰드는 무상소각, 에스쁘아는 유상소각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 모두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완전 자회사가 됐다. 후계자가 승계 지렛대로 활용할 거라 예상되는 회사에 그룹이 지원한다는 부담을 던 만큼 적극적인 자금 수혈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것으로도 풀이된다.

두 회사는 수년째 실적 부진이 이어져 그룹 지원이 절실한 상태였다. 에뛰드는 1997년 아모레퍼시픽이 선보인 브랜드로 2000년대 국내 로드숍 열풍을 이끈 주역이었다. 하지만 중국발 사드 후폭풍과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2017년 2591억 원에서 지난해 1056억 원으로 반 토막 났다. 이 기간 매해 평균 13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2020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에스쁘아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432억 원에서 467억 원으로 소폭 오른 데 그쳤고, 2019년 5000만 원의 흑자를 빼고 매년 적자였다.

서 회장이 수년 만에 계열사 경영에서 손을 뗀 것도 주목된다. 서 회장은 증자에 앞서 에뛰드와 이니스프리, 아모스프로페셔널 등 계열사 사내(등기)이사직을 모두 내려놨다. 에뛰드와 이니스프리 사내이사 사임은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해외 사업 등 그룹 경영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 회장 겸직 문제는 국내 의결권 자문사가 이미 제동을 건 바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작년 정기주주총회 의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아모레퍼시픽그룹 사내이사 서경배 선임의 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핵심 계열사와 자회사 다수에서 과도하게 등기이사를 겸직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로 인해 이사로서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를 제기했다.

한편 서 회장은 계열사 사내이사 사임과 함께 빈자리를 1970년대생 인물들로 채웠다. 에뛰드의 경우 작년 9월 취임한 이창규 전 대표 대신 이수연 전 에뛰드 마케팅 디비전장을 대표이사로, 이니스프리와 아모스프로페셔널은 각각 이혜진 마케팅 디비전장과 노병권 아모레퍼시픽 데일리뷰티 유닛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들 모두 1970년대에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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