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해외 자금조달길도 팍팍, 웃돈 줘야 찾는 투자자

입력 2022-11-0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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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물 기조적 약세 당분간 지속

▲KP물 금리 추이

강력한 긴축 기조로 고금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면서 ‘한국계 외화채권(KP물)’ 조달 시장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특히 기관들이 일찌감치 북 클로징(book closing·회계 연도 장부 결산)에 들어가 KP물의 기조적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18일 신용등급이 AA-인 기업은행이 미국 2년 만기 채권을 T(기준금리)+70bp(bp=0.01%) 수준에서 발행했다. 유사 만기 특수은행채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AA-) 달러채권의 신용 스프레드가 40bp 수준에서 거래되는 점을 감안할 때 약세발행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KP물 발행 시 유사 만기 유통물과의 신용 스프레드 차이는 +5bp 정도 신용 스프레드 갭을 나타낸 바 있다. 이처럼 한 달도 되지 않아 스프레드 갭이 커진 이유는 채권 시장 내 KP물에 대한 발행·유통 시장 모두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 시장 중 KP물 회사채의 경우 초단기 채권을 제외하고, 1년 이상은 발행해도 수요예측이 나오지 않을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KP물 조달 시장 경색 원인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올해 연준은 기준금리를 지난 3월 0.25%에서 0.50%로 0.25%포인트 인상하기 시작해 ‘빅스텝’과 ‘자이언트스텝’ 등을 거쳐 8개월간 총 3.0%포인트 올려 현재 3.0~3.25%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한국계 외화채권(KP물) 발행량은 역대 최고 수준인 337억 달러를 기록한 바 있는데, 이에 따라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채권의 상환 부담도 그만큼 커지게 됐다. 특히 비우량 기업들에게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KP물 만기도래액 비교

이런 시장의 분위기는 KP물의 가중평균 발행금리로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KP물 금리는 1.6%를 기록했는데, 현재 2.9%로 지난해보다 1.3%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올해 상반기 발행에 비해 하반기 발행이 급격히 줄어 단순 평균으로 계산해보면 약 4%대 까지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에 비해 비용 부담이 2배 이상 커진 셈이다. 빠르게 KP물 발행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이유다.

권도현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글로벌 경제 부진, 달러 강세에 따른 신흥국 불안 등으로 외국 기업들의 달러화 채권 발행 여건은 더욱 불리해질 전망”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어려운 시장 여건 속에서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달러화 채권의 차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시장은 더욱 몸을 움츠리는 모습이다.

신한투자증권 모승규 연구원은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연간 발행액은 지난해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면서 KP물 회사채 쪽은 올해까지 발행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그는 “지금 상황이 계속된다면 내년도 장담하기 어렵다. 발행이 더 줄어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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