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검찰, '선택적 수사' 오해 벗는 길

입력 2022-10-31 06:00수정 2023-08-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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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사회경제부장
"복수를 할 때는 지나간 악의 크기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선의 크기를 보아야 한다."

17세기 영국의 정치철학자 토마스 홉스가 복수에 대해 규정한 정의는 흥미롭다. 사회계약에 입각해 근대국가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홉스는 그의 대표적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자연상태의 여러 규범들에 대해 개념적 정의을 했다. 그 중 제7의 자연법은 '복수'에 대한 설명이다. 홉스는 복수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면서 "범죄자를 처벌할 때는 반드시 그 목적이 범죄자의 교정 또는 다른 사람들의 교화에 있어야 한다"고 설파한다. 목적은 항상 미래에 있어야 하는 것이어서 이유 없이 상해를 가하는 것은 전쟁을 유발하기 쉽고 자연법에 어긋나는 '잔혹'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타깃으로 하는 검찰의 불법 정치자금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긴급체포(19일)된 데 이어 구속(22일)됐고 그 이틀 뒤엔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최근 출국금지된 사실도 알려졌다.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은 이 대표의 '복심'으로 분류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측근으로 거론되자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말한 바 있다. 유 전 본부장과 선을 그으려 했던 것인지 이 대표 스스로 '측근'의 범위를 정의했는데 검찰이 이를 정조준 한 것이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이 대표 지근거리까지 다다른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7년 "도둑 잡는 게 도둑에겐 보복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보복이 아니라 정의와 상식의 구현으로 보인다"며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고 했던 발언이 부메랑이 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우리 정치사에서 그동안 정권이 바뀔 대마나 되풀이되던 '공수 교대'가 또다시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범죄 혐의를 인지하고서도 손놓고 있다면 그것은 검찰의 직무유기에 다름아니다. 의혹에 대해 들춰보고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마땅히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지나간 악의 크기를 감안해 재판에 넘기고 구형을 하는 것 또한 의무에 있는 일이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검찰의 속도전은 혐의 입증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특히 검찰은 법원이 김 부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구속영장이나 압수수색 영장보다 요건이 까다로운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단순한 증언, 진술 수준을 넘어 확실한 증거로 범죄의 개연성이 확인된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수사에 대해 '선택적 수사', '비대칭 수사'라는 항변이 나오고 있다. 당사자인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까지 검찰의 수사에 대해 반발이 거세다. 이 대표는 결백을 거듭 주장하면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왜곡되고 야당을 향한 정치 탄압과 보복 수사의 칼춤 소리만 요란하다"고 비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대장동 의혹'의 본류에 가까운 '50억 클럽' 수사는 1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와 관련해서는 곽상도 전 의원만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을 뿐, 다른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한 때문이다. 검찰은 "증거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순차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50억 클럽에 거론되는 인사들이 여권 성향이거나 검찰 출신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표와 그 측근들에 대한 수사와 선명한 대비가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야권을 중심으로 한 반발이 그저 억지라고만 보여지지 않는다.

수사의 속도 문제는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서 검찰이 판단할 몫이다. 그러나 수사대상의 형평성과 공평성에 의혹이 계속 남는다면 검찰 스스로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 된다.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현실에서 '전쟁'으로 비화하지 않으려면 '선택적 수사'라는 오해를 벗는 길은 결국 검찰 스스로 사건을 공정하게 다루는 길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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