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개 기업 21.5%P 증가...공정위 "우려할 수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지정한 자산 5조원 이상 48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이 119.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지정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부채비율인 98.4%에 비해 21.5%p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경영상태가 악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부채비율 519%에 비하면 상당히 낮고 미국과 일본 등 과 비교해도 양호한 수준이어서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이날 지정한 자산 5조원 이상 48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들(금융업과 보험업 제외)중 경제 위기로 인해 부채비율이 200% 이상 급증한 기업집단도 15개나 됐다. 이는 2008년 8개보다 7개가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이전에 방만한 기업경영에 제동을 걸고 부채비율 200% 준수 정책을 수립한 이래 부채비율은 기업 경영상태와 관련한 중요한 바로미터로 적용돼 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업의 부채비율은 자기자본에 대비한 비율로 순익을 내더라도 부채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이익금을 채무상환이 아닌, 투자확대를 위한 내부 유보나 배당 등으로 사용하기 때문이고 투자수요가 커서 오히려 차입금을 늘릴 경우 부채비율 또한 줄어들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에 지정된 기업집단 중 민간의 경우 부채비율은 112.3%로 전체(119.9%)보다 7.6%p 낮고, 공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145.6%로 전체 기업집단의 부채비율(119.9%)보다 25.7%p 높았다. 즉 공기업들의 부채비율 상승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기업집단의 경우 삼성테스코, GM대우, 대우조선해양 등 11개 기업집단이 공기업집단 중에서는 한국토지공사, 한국가스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 4개 집단이 200%를 넘었다.
구체적으로 민간기업으로는 삼성테스코(417%→942%), GM대우(186%→741%), 대우조선해양(359%→632%), 현대중공업(188%→324%), 대한전선(164%→249%), 동양(147%→245%), 한진(175%→243%), 동부(232%→238%), 코오롱(209%→229%), 두산(183%→205%), STX(170%→202%) 등이 200%를 넘었다.
공기업으로는 한국토지공사(428%→472%), 한국가스공사(226%→434%), 대한주택공사(358%→421%), 한국농어촌공사(240%→233%) 등 4개 집단이 200%를 넘었다. 특히 민간기업집단보다 공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에대해 공정위는 48개 기업집단의 부채비율 증가는 2007년말 원/달러 환율이 936.1원에서 2008년말 1259.5원으로 뛰는 등 환율상승에 따른 요인이 크다고 전한다.
공정위 신영선 시장분석정책관은 "기업들이 외화 부채를 많이 갖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이 상승했기 때문에, 원화로 평가한 부채비율이 굉장히 증가해서 부채비율이 증가한 측면이 있다"며 "조선업종 같은 경우에는 선박을 수주하면서 건조하기 전에 선수금을 받으면 회계처리상 부채로 잡히고 있다. 갚을 채무는 아니지만 부채 증가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서 현금성 자산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 사채발행이나 은행차입을 통해서 부채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신영선 정책관은 "공기업의 경우에는 원자재 상승요인이 강했지만 공공요금 동결 등 정부시책에 따라 상대적으로 민간기업보다 부채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신영선 정책관은 "48개 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지난해보다 늘어났으나 과거 외환위기 당시(519%)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2002년 122.3% 수준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한미일 기업경영성과의 비교'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우 미국은 2005년말 현재 136.5%, 일본은 2004년말 현재 136.1%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공정위는 이번에 지정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부채비율 119.9%는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신 정책관은 "공기업의 부채비율이 높아진 이유는 지난해 원자재 가격은 많이 상승했지만, 요금인상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운영자금에 필요한 채무를 늘렸기 때문"이라며 "공공요금 동결 등 정부시책에 호응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